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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유해송환 협상의 숨은 공신 ‘유해발굴 CSI’ DPAA

DPAA 소속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 [사진 DPAA]

DPAA 소속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 [사진 DPAA]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를 넘겨 받기까지 북ㆍ미 간 협상 뒤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협상 과정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 북한을 상대한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국(DPAAㆍDefense POW/MIA Accounting Agency)이다.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DPAA는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장성급 협의와 이튿날 실무회담에서 미국 협상단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 유해송환 협상에는 한국계 미국인도 참여했다. DPAA 소속인 제니 진(39ㆍ한국명 진주현) 박사다. 인류학자인 진 박사가 미군 유해 관련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DPAA의 전신인 미 합동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ㆍ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에 합류하면서다. 
그는 2011년부터 6·25 전쟁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감식하는 일을 맡아왔다. 현재는 DPAA의 '코리아팀'에서 일하면서 실종자 귀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 박사의 미군과의 인연은 조부모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안북도 출신인 진 박사의 조부모는 6ㆍ25 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들과 함께 배를 타고 내려온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이다.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C-17 글로브마스터 미 공군 전략수송기가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C-17 글로브마스터 미 공군 전략수송기가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진 박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1구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건 60여 년이 지난 유해에서도 DNA를 채취할 수 있는 정밀한 유전자 감식 기술 덕분이다. 게다가 미 정부는 6ㆍ25 전쟁 때 실종된 미군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실종 군인 가족 90% 이상의 DNA 샘플을 보유하고 있다. DPAA가 ‘유해발굴 과학수사대(CSI)’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 국방부의 유해발굴감식단 역시 DPAA의 전신인 JPAC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당시 JAPC의 모토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였다고 한다.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한국의 유해발굴감식단이 생기기 전 국가 주도로 유해발굴사업을 하는 건 전 세계에서 미국 JPAC이 유일했다”며 “발굴 지역을 선정하는 것부터 탐사, 감식의 전 과정에서 JPAC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또한 “DPAA와 주기적으로 업무를 공유하고, 한ㆍ미 공동조사를 통해 함께 국내에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함께 벌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1997년 북미 합동조사팀이 평안북도 운산지역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1구가 판문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유해는 이후 하와이에 있는 미국 신원확인소로 보내졌다. [중앙포토]

1997년 북미 합동조사팀이 평안북도 운산지역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1구가 판문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유해는 이후 하와이에 있는 미국 신원확인소로 보내졌다. [중앙포토]

DPAA가 미군 송환협상에 참여한 것은 유해송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유골 오염 등을 차단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이 유해 송환단계부터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ㆍ미 장성급들이 모여 협상을 하더라도 이들은 아무래도 유해와 관련된 과학적, 기술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며 “유해감식은 미 본토에서 이뤄지겠지만, 미군이 아닌 북한군의 유해를 송환하는 등의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이 협상 참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과거 유해송환과정에서 북측의 기술이 수준이 낮은 탓에 동물 뼈가 전사자 유해와 섞이기도 했다”며 “미 측은 DPAA를 협상 단계부터 참여시켜 이런 불미스런 상황을 예방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PAA의 협상 참여로 이번 미군 유해송환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DPAA가 유해 발굴의 전담 기관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후 이뤄질 유해 송환 및 발굴 작업에 대한 논의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이번에 이뤄질 유해송환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유해 발굴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실무진인 DPAA 관계자와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유진ㆍ김지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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