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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정의당 데스노트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죽음과 세금은 인간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이란 게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이다. 지금은 추신수다. 타석에 서면 어떻게든 때리고 나간다. 세금과 죽음만큼 확실하다고들 한다. 지난주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52경기에 연속 출루했다.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기록(1923년)을 넘어섰다. 연속 출루 행진은 비록 이번 주에 꺾였지만 추신수는 “내일 다시”를 장담했다.
 
확실하기론 정의당 감별력이 또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 잔혹사를 이어간 건 ‘정의당이 찍으면 죽는다’는 ‘데스노트’다. 명중률 100%다. 야 3당이 반대해도 정의당이 찬성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내각에 입성했다. 하지만 데스노트에 오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날아갔다. 족집게 판별을 놓고 작고한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민 상식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 정의당이 개각을 앞두고 다시 데스노트를 꺼냈다. 문 정부 경제팀을 향해 ‘하반기 경제위험 요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김동연 부총리의 무능’이라고 퍼부었다. 이정미 대표는 강한 정부 견제와 빠른 재벌 개혁을 요구했다. 정부 견제야 야당의 당연한 일이다. 재벌 개혁은 정의당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 상식이다. 속도를 내라는 주문엔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악 수준의 소득 불평등 국가다. 상위 0.1% 소득이 하위 20% 소득과 맞먹는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뺀 게 그렇다. 자본 양극화의 결과다. 거기에다 몇몇 재벌은 한심하고 봉건적인 행태로 나라 경제에 리스크를 보태는 중이다. 투명한 기업 경영이란 구호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의 재벌 개혁마저 어쩌자는 건지 그림이 흐릿하다.
 
더 큰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란 사실이다. 우린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90%가 나머지 절반을 가져간다. 노동 양극화가 만들었다. 상위 10%엔 재벌도 있지만 대기업 노조, 공무원 노조, 전교조와 같은 ‘귀족 노조’가 있다. 갑질이란 것도 경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도급 기업에 비용을 떠넘기는 대기업 갑질엔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이 있다. 그래도 정부엔 노동개혁의 목소리가 없다.
 
규제를 권리로 착각하는 관료와 국회가 있고, 이념에 갇혀 규제개혁의 발목을 잡는 시민단체도 있다. 정의당 데스노트가 노동개혁에 눈감은 고용노동부, 규제개혁에 성과 없는 총리실로 향한다면 돌파구가 열린다. 하지만 데스노트는 거꾸로다. 김 부총리의 오른쪽 깜빡이에 쐐기를 박았다. 앞으로는? 대중정치인 노회찬이 없는 정의당은 좀 더 노동에 선명한 쪽일 게다.
 
정부·여당의 우클릭 조짐을 막아선 게 지지율 상승을 불렀다고 보는 정의당이다.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좀 더 따져볼 대목이 있다. 20~30대 지지율에 변화가 없고 40~50대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문 정부에 실망한 386이 많겠지만 야당 몰락의 효과도 있다고 봐야 한다. 영남당과 호남당의 패권정치에 질린 유권자는 새정치와 대안정당에 목마르다.
 
정의당은 종북, 강성 좌파로부터 ‘개량주의자’란 비판을 받으며 노회찬이 일궜다. 이제야 어렵사리 ‘대중적 진보정당’의 기틀을 잡았다. 그러나 이정미 대표의 장담처럼 ‘2년 뒤 총선에서 제1 야당이 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그러려면 진보정당을 대하는 보수층의 냉랭한 시각에 지속적인 충격을 줘야 한다. 영국과 독일의 좌파 정당은 제3의 길로 집권했다.
 
자유한국당이 죽을 쑤는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반대만으론 집권하지 못한다. 민주당 2중대론 더욱 어렵다. 같은 편인 김기식 전 원장에 대해 불가 판정을 내린 상식이면 가능한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엔 먹구름이 가득한 대한민국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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