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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위험천만 ‘자해놀이’ 인증샷, SNS서 차단해야

“내 팔을 보고서 날 위해 약값을 줘봐.”
 
TV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참가했던 18세 청소년이 직접 쓰고 부른 노랫말이다. 지난 2~4월 방영된 프로그램은 고교생 연령대 청소년들이 랩 실력을 겨뤄 비슷한 또래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청소년이 유명해진 이유는 또 있다. 손목 자해 흔적으로 보이는 사진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퍼졌다. 자해를 비유한 노래 가사도 화제가 됐다.
 
손목을 긋는 자해 문화가 청소년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자해’를 검색하면 약 2만건의 ‘인증샷’이 쏟아진다. 중3·초3 두 딸을 둔 주부 최모(45·여)씨는 “큰딸이 SNS에 손목 그은 사진을 올린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조심스레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자고 했는데 아이가 남들 다 하는 거라고 짜증을 내더라”고 말했다.
 
자해청원

자해청원

점점 문제가 심각해지자 23일 청와대 청원에는 ‘청소년의 자해 전파, 자해 확산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사진)이 올라왔다. 여기엔 2000여명이 공감을 표했다. 정신과 의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전염병처럼 번지는 청소년들의 자해를 막을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하게 정책을 세워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학생들을 잘 지도해달라고 당부하지만 방학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자해는 장난으로 그치지 않는다. 심하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홍현주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자해가 늘면 자살 시도율과 성공률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자해를 하면 고통이나 통증에 무감각해지고 더 센 방법을 찾곤 한다. 자해하다 보니 자살로 가는 아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살·자해에 무덤덤해져서일까. 국내 자살은 조금씩 줄지만 청소년은 거꾸로 가고 있다. 2014~2016년 전체 자살 사망자는 5.4% 줄었다. 하지만 초·중·고교생은 2014년 118명에서 2015년 93명으로 내려갔다가 2016년 108명, 지난해 114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일선 현장 활동가들은 지난해보다 17% 늘었다고 파악한다.
 
아이들이 위기에 처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학업 스트레스, 가정불화, 교우 문제에다 자해 유행 등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극단적 선택을 막으려면 대중문화의 자해·자살 표현을 줄이고, 올바른 생명 의식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한림대 홍 교수는 “자살률 상승엔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자해 문화도 분명 영향이 있다. 자해와 자살에 대한 방송·가요·SNS 심의가 느슨한데, 담배나 욕설처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천호중학교 송형호 교사는 “학교에서 생명존중 교육을 한다면서 한 두 번 영상을 보여주고 만다. 교사가 애들이 왜 자살을 선택하는지 이유를 이해하고, 그 과정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며 “애가 잘 하는걸 하나라도 끄집어내서 인정해주고 칭찬하면서 ‘나는 괜찮은 존재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자살예방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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