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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의사·약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유감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오바마케어’ ‘문재인케어’. 요즘 ‘케어’가 유행어다. 오바마케어는 많은 국민이 건강보험에서 소외된 미국의 현실을 고쳐보고자 했다.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된 한국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국민이 고액의 의료비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케어는 이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비급여로 남은 것은 ‘비용’에 비해 ‘의학적 필요성’이나 ‘효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효과가 불확실한 고가 항암제, 필요성이 불확실한 CT, MRI 촬영, 외모를 위한 피부 미용 같은 것이다. 의사들은 정부의 간섭 없이 가격을 받을 수 있어 비급여를 선호하고 환자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기 어렵다. 그래서 ‘비급여의 축소’는 건강보험 제1의 목표였다.
 
문재인케어는 필수적이지 않은 비급여를 빼고 ‘모두’ 건강보험으로 보장한다고 했다. 문제는 ‘필수성’에 대한 판단이 각자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시된 것이 환자본인부담 비율을 90%, 70%, 50%로 높게 하는 ‘예비급여’ 제도다. 본인부담 차등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있어서 핵심 요소다.
 
현 의협회장은 급여 확대는 찬성하나, 문재인케어는 퍼주기라서 반대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의 건보 정책이 ‘의료계’를 위한 퍼주기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퍼주기 걱정’은 돈 내는 사람들의 일이지, 의료계의 역할이 아니다. 앞으로는 ‘퍼주기’를 어깃장의 명분으로 삼지는 말았으면 한다.
 
건강보험 급여의 확대는 의료이용 단계에서 환자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크게 보면 국민의 사전·사후 의료비 부담 전체의 급격한 증가를 막는다. 지난 수십 년간 의료비가 급증한 이유는 ‘비급여’가 급팽창하고 이를 ‘민간보험’이 부추겼기 때문이다. 사실 비급여항목은 급여항목만큼 절실하지 않다. 필수성이 높은 급여항목에 대한 지출을 높이는 것이 ‘돈의 가치(value for money)’를 높인다. 의사들도 비급여에 수입을 의존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급여’ 항목의 수가를 올리겠다고 정부는 공언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퍼주기’가 안되도록 감시해야 한다. 돈 내는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다.
 
의사·약사 등의 전문직은 면허를 ‘특권’으로 오인, ‘고유 권한’을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전문직에 대한 명칭 독점과 업무 독점은 국민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가 부여한 것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일몰 처리해야 한다.
 
원격 의료는 개원 의사들이, 간병 인력의 활용은 간호사들이, 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약사들이 반대한다. 명분은 국민의 안전이지만, 각 직역의 ‘기득권’ 지키기일 뿐이다. 공적 영역은 이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들이 로비에 휘둘리고 관료들이 눈치나 보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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