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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공항 반대 관광객, 1시간뒤 "멀미·구토…배타니 알겠네"

지난 24일 흑산도에서 전남 목포로 가려던 관광객들은 안개로 배 운항이 지연되면서 불편을 겪었다. 주민들은 일상에서 겪고 있는 일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4일 흑산도에서 전남 목포로 가려던 관광객들은 안개로 배 운항이 지연되면서 불편을 겪었다. 주민들은 일상에서 겪고 있는 일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24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도 앞바다. 287t급 쾌속선에 탄 승객들이 항구가 가까워지자 선미(船尾) 쪽 입구로 몰려들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기 위해서다. 이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60대 관광객은 고통스러운 듯 선실 의자가 아닌 바닥에 주저앉아 녹초가 돼 있었다.
 

출항 때 흑산공항 반대하던 관광객들, 1시간 만에 고통 호소
주민들 "외부서 환경 무시하는 이기적 집단 몰아 답답"
50인승 경비행기 운항하는 소형공항 추진, 섬 면적 1.1%
"흑산도 보전 가장 원하는 건 주민들, 철새와 공존케 해달라"

2시간 전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항할 때만 해도 관광객들의 표정은 밝았다. 관광객 이정옥(67ㆍ여)씨는 흑산공항 신설 논란을 두고 “섬 환경을 지키는 게 편리함보다 큰 가치인 것 같다”고 했다. 배가 운항을 시작한 지 1시간이 넘어 먼바다로 진입하자 의자에 제대로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선체 흔들림이 심해졌다. 배의 밑바닥과 파도가 부딪히면서다. 이씨를 비롯한 승객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구토를 하기도 했다.
흑산공항 신설 추진 부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프리랜서 장정필

흑산공항 신설 추진 부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프리랜서 장정필

 
흑산도에서 만난 주민들은 “오늘은 파도가 잔잔한 편”이라고 했다. 최근 흑산공항 신설 문제가 조명되자 일각에선 ‘철새 기착지인 흑산도의 환경 파괴는 고려하지 않고 편리함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주민들’이라며 이곳 주민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흑산공항 신설 추진은 2009년 처음 시작된 뒤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20일 결론을 내려다가 오는 9월 추가 심의를 하기로 했다.
 
흑산도 주민들은 이곳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1981년)된 뒤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면서도 철새들과 공존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한다. 새들의 먹이 활동을 위한 가지치기, 충돌을 막기 위한 전신주 제거 작업, 대체 서식지 조성 등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 사람들이 흑산공항을 반대하는 데 대해 서운해 했다.
흑산도를 포함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1981년 1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흑산도항 앞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흑산도를 포함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1981년 1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흑산도항 앞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이상훈(64) 흑산면 예리 1구 어촌계장은 “공항의 필요성이나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섬에 공항은 안 된다’고 반대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은 “도시민들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마음껏 자가용 운행하며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 생활을 하면서 고령의 섬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작은 규모의 공항 건설을 막는 건 어떤 논리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흑산공항은 50인승 경비행기가 운항하는 소형공항으로 추진되고 있다. 흑산공항 시설 계획에 따르면 활주로는 길이 1160m, 폭 30m 규모다. 사업 면적(54만7646㎡)은 흑산면 전체 49.25㎢(부속 섬 포함)의 1.1% 넓이다.
흑산공항 신설 사업은 2009년부터 추진됐다. 항구 주변에 내걸린 플래카드들. 프리랜서 장정필

흑산공항 신설 사업은 2009년부터 추진됐다. 항구 주변에 내걸린 플래카드들.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오후 흑산도ㆍ홍도 여행을 마치고 섬을 떠나려던 관광객들은 짙은 안개로 배 운항이 지연되면서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목포에 도착 후 예약해둔 KTX를 타려던 관광객들은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불편이다. 지난 16~25일 흑산도와 목포를 잇는 쾌속선 운항이 날씨 때문에 지연되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은 날은 4일이었다.
 
최한웅 흑산면 부면장은 “환경을 보전하자는 도시민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소형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흑산도 전체 환경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무엇보다도 병원 한 번 가기도 힘든 생활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일윤(64) 흑산권역개발추진위원장은 “흑산도 주민들은 섬 환경이 보전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란다”며 “주민들의 불편과 고통을 외면한 채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기보다는 새들과 공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흑산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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