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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태영호 공사가 풀어준 아홉 가지 궁금증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태영호(56)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한 강연에서 “여기 와서 보니 한국 사회에는 ‘두 개의 북한’이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남쪽에서 만들어낸 북한’으로 구분했다. 정보 접근의 제한 때문이든, 연구 역량의 한계 때문이든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남쪽에서 제대로 파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남·북·미·중을 둘러싼 여러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앙일보·JTBC 기자들의 공부 모임(중앙그룹중국연구회)이 최근 태 공사를 초청해 육성을 들었다. 태 공사의 발언을 9개의 문답으로 재구성해봤다.
 
북한은 예측 불가능한 나라인가.
“북한만큼 예측 가능한 나라가 없다. 북한은 말(비난 성명)은 몰라도 절대 불리한 글(문서)은 안 남긴다. 북한은 글을 중시한다. 이번에 북한 외무성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강도짓’이라며 비난할 때도 6·12 합의문의 신뢰 조성 문구를 이용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한 줄도 반박하지 못했다.”
 
북한은 대남·대미 관계에서 ‘중국 카드’를 어떻게 활용해왔나.
“작은 나라인 북한은 중국을 잘 요리하면 남한과 미국을 흔들어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북한의 전술은 똑같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김정은이 중국에 달려가 시진핑을 만났다. 북·중 사이에 뭔가 큰 거래를 한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국 카드를 이용해 (북한의 몸값을 올려) 한국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북한 엘리트들은 중국을 어떻게 보나.
“믿을 수 없는 나라다. 법적(조약)·외형적으로는 동맹 관계이지만, 북한 엘리트들은 중국을 동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고난의 행군 기간(1994~98)에 북한이 피눈물을 흘릴 때 중국은 ‘핵 개발을 중단하라’면서 강냉이 한 톨도 도와주지 않았다.”
 
불평등은 세습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중국 공산당이 왜 북한의 세습을 인정했나.
“1980년 김일성이 아들 김정일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뒤 세습 체제 인정을 중국에 요구했다. 중국은 처음엔 반대했다. 하지만 북한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수정주의라고 공개 비난하지 않는 조건으로 북한의 세습을 결국 인정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진정으로 원할까.
“북핵 6자 회담 때 중국 대표(우다웨이)는 김계관이 아니라 송민순과 밀담했다. 북·중 관계는 북한의 핵 실험과 핵무기 고도화로 인해 쌍욕하기 직전까지 갔다.”
 
김정은에게 진짜 개혁·개방 의지가 있나.
“중국·베트남처럼 개혁·개방하려면 인민에게 정보 접근의 자유, 이동의 자유, 정치 조직생활 안 할 자유를 줘야 한다. 그럴 경우 북한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 제대로 개혁·개방을 못 한다. 2001년 상하이를 시찰한 김정일도 ‘이건 쇼다. 꿈도 꾸지 마라’며 당 내부에서 사상교육을 동시에 진행했다. 김정은은 개성공단처럼 통제 가능한 단절형 특구로 갈 것이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과 다른가.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은 쿨(cool)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외부에 비친 모습은 할아버지·아버지와 다른 듯 보였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 비친 김정은의 모습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그는 영리하면서도 상당히 무자비하다.”
 
북한은 남한을 향해 핵을 사용할까.
“(남한 진보 진영은 부정하겠지만) 남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체제에 비상사태가 생기면 남한은 가만히 있지 않고 북한 붕괴 작전을 펼 것이다. 고모부도 죽였는데 세습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거저 죽겠나.”
 
남북 경쟁은 다양성과 단일성의 싸움이라고 말했는데.
“경제도 환경도 모든 것이 변하는데 북한은 너무 경직돼 있고 변화가 없다. 남한은 너무 빨리 변해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자유로워 좋다. 결국엔 다양성이 단일성을 이길 것이라 확신한다.”
 
태 공사의 통찰력은 놀랍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아는 데 도움을 준다. 그의 경험과 역량을 사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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