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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기억 나나? 미안하다" 실종 31년만에 딸 찾았다

24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31년 만에 만난 이세원·이순애씨 부녀가 부둥켜 안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4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31년 만에 만난 이세원·이순애씨 부녀가 부둥켜 안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4일 오전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 이세원(56)씨가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경찰관들이 건네는 질문도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하염없이 사무실 출입구 쪽만 힐끗힐끗 쳐다봤다. 이윽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여성. 이씨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여성에게로 다가갔다.
 
"니가 순애가?" 이씨는 여성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이씨의 앞에 선 여성의 이름은 이순애(35)씨.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87년 생이별을 한 이씨의 딸이었다. 순애씨의 곁에 선 통역사가 말을 전하기도 전에 이씨는 순애씨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으며 "내 기억하겠나? 아빠 기억 나나?"라며 통곡했다.
 
순애씨는 87년 1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대구시 북구 대도시장을 나갔다가 실종됐다. 실종 당시 3세였다. 아버지 이씨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지역 곳곳을 전전하며 타지 생활을 하고 있던 때였다. 부인과는 별거 중이었다. 손녀를 잃어버린 할머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고 있다가 이씨가 5월 집에 돌아온 그제야 손녀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이씨는 대구에 있는 보육원, 고아원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순애씨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때 순애씨는 대도시장 입구에서 발견돼 지역 보호기관에 인계된 상태였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 있는 백백합보육원에서 생활했다. 부모와 다시 만나지 못한 순애씨는 독일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70~80년대엔 무연고 실종 아동들이 외국 가정에 입양되는 경우가 흔했다. 한나 조머펠트(Hannah Sommerfeld)란 독일 이름도 얻었다.
1985년 5월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순애씨의 사진. [사진 대구경찰청]

1985년 5월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순애씨의 사진. [사진 대구경찰청]

 
이씨는 "대구에 있는 경찰서에 실종 아동 이름을 올려놨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 경찰도 가능성을 낮게 본 것 같다. 유전자(DNA) 기록도 남겨두고 했지만 찾을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최근 경찰이 장기실종자 집중 수사 기간 중 순애씨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은 1년 이상 발견하지 못한 실종 아동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면서 외국 입양 아동 사례들도 다시 꺼내 들었다. 중앙입양원 홈페이지 '가족 찾기' 게시판을 조사하게 된 것도 그때였다. 그곳에 순애씨가 올려 둔 생년월일, 입양 당시 사진, 발견 당시 나이 등이 있었다.
 
경찰은 백백합보육원을 통해 실종 아동 입소카드를 확인하는 한편 순애씨의 DNA 샘플을 국제우편으로 전달받았다. 이를 이씨의 DNA와 대조해 둘이 부녀 관계임을 확인했다. 
 
순애씨는 24일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대구경찰청으로 달려왔다. 독일에서 하키 선수로 뛰고 있는 남편 마르쿠스(34·캐나다 국적)씨와 함께였다. 딸을 만난 이씨는 "내가 기억 나느냐" "어떻게 지냈느냐" "남편과는 잘살고 있느냐" 그간 묻지 못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딸과 볼을 맞대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24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31년 만에 만난 이세원·이순애씨 부녀와 이순애씨의 남편 마르쿠스씨가 대화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4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31년 만에 만난 이세원·이순애씨 부녀와 이순애씨의 남편 마르쿠스씨가 대화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순애씨는 31년 만의 재회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순애씨의 팔목에 한글로 새겨진 '가족 사랑 힘'이라는 문신이 그동안 얼마나 부모를 그리워했는지를 나타냈다. 순애씨의 남편 마르쿠스씨는 "아내는 항상 한국을 그리워하고 부모를 찾고 싶어 했다"고 대신 전했다.
 
순애씨 부부는 앞으로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며 가족과 그간 나누지 못한 정을 나눌 계획이다. 옛 할머니 집과 북구 대도시장, 백백합보육원도 함께 둘러본다.
 
이씨는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을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 너무나 기쁘다"며 "우리 가족이 다시 만난 모습을 보고 생이별의 아픔을 겪은 다른 가족들도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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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