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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 폐기 검증 없는 '셀프 비핵화' 모델 추구

군사안보연구소 월례 좌담회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본사에서 연구소 자문위원들과 좌담회를 갖고 최근 한반도 정세를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토론에는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국방무관), 남도현 군사 칼럼니스트·손영동 한양대 교수·정영태 북한연구소장(가나다 순)이 참석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자문위원들과 좌담회을 갖고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북한은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 위해 폭파작업을 했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은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기 위해 폭파작업을 했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 비핵화 과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 국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영태 = 북한은 기본적으로 군사력으로 정권을 보호하고 세력 확장도 추구해왔다. 군사력으로 외부 세력을 움직이고, 내부 불안도 통제한다. 군사력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북한은 지금도 이런 계획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북한 체제의 논리를 보면 군사력 감축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도 변함없이 군사력을 통한 체제 유지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핵 탑재 미사일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군사력 강화 단계로 들어섰다. 이전까지는 핵무기 공개를 통해 협상력을 키웠고, 이제는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2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 5~10년 뒤엔 고도화된 핵무기를 공개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치밀하게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손영동 한양대 교수,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 김태호 한림대학원대학교 교수,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사진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손영동 한양대 교수,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 김태호 한림대학원대학교 교수,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사진 박용한]

 
북한은 비핵화 하더라도 스스로 주체가 돼 하겠다는 입장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모델’을 보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중 VI는 빠지게 되고 CD만 남게 된다. 검증과 사찰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비핵화 협상에서 진척을 보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미군 유해송환이 협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거래 값을 계속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어렵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내 정치적 일정에 따라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도 이러한 의도를 알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완전히 깨지지 않고 대화 불씨를 계속 살려나간다고 본다. 전체적인 주도권은 북한에 있다.
 
김정은의 북한 체체는 반석 위에 있다고 보는지.  
정영태= 북한 대내외 상황을 개혁 단계, 공고화 단계, 유지 단계라는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현재는 대내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한 후 자신감을 확보해 경제에 매진하는 단계로 본다. 지금은 공고화 단계 최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중앙일보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손영동 교수, 권용수 전 교수, 정영태 소장. [사진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중앙일보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손영동 교수, 권용수 전 교수, 정영태 소장. [사진 박용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평가가 쏙 들어갔는데. 
권용수 = 북한이 지난해 9월 실시한 6차 핵실험의 폭발력에 대해 한국 정부는 가장 낮은 수준인 50kt로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수준인 120kt으로도 평가될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 표준화ㆍ규격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특히 6차 핵실험 이후 표준화 했다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핵을 완전히 완성했다는 의미다. 핵실험이 더 이상 필요 없고, 실전 배치만 남았다는 뜻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에 핵무기 약 60여개가 있다고 본다.

 
고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지그프리드 해커 전 미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 소장은 2010년 11월 방북해 북한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고 왔다. 한국 정부는 당시 발표된 원심분리기 2000개를 기준으로 우라늄탄을 예측했다. 북한이 보여준 것만 봤기 때문에 그대로 믿고 추정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당시 기준으로 예측한 추정치보다 2배나 많을 수량을 북한이 보유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지난해 미 정부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700여kg을 보유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놨는데 틀린 내용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미국 로스알라모스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북한도 다녀왔다. 대표적인 북핵 전문가로 불린다. [사진 AFP]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미국 로스알라모스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북한도 다녀왔다. 대표적인 북핵 전문가로 불린다. [사진 AFP]

 
북한은 지난해 핵무기 투발 수단인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여러번 했고 비행자체는 모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령 괌까지 날아가는 ‘화성-12형’ 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성능 검증은 어려운 부분이지만 정상적으로 발사됐고 낙하했다는 두 가지는 확인 가능하다. 올해부터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섰다. 이제 표준화된 핵무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완전한 북한 비핵화는 어렵다고 본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의미는 아주 중요하다. 단순하게 사건 하나하나를 보지 말고 패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중앙일보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정영태 소장이 김정은 정권 군사력 특징을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오른쪽)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중앙일보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정영태 소장이 김정은 정권 군사력 특징을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오른쪽)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중국은 현 국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김태호 = 북중 관계는 올해 아주 많이 변했다. 중국이 한반도에서 추구하던 전통적 입장은 평화와 안정이었지만 미중 관계가 추가됐다. 여기에 북한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됐다. 한미 동맹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논의도 나온다.
 
이는 중국에 아주 유리한 형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비용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 결국 중국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북한이 만들어낸 결과다. 중국이 오랫동안 주장해오던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발사 중지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북한이 현실화 했다. 김정은이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세번 만난 것을 보더라도 상황이 크게 변했고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11월 중국 국방부는 군사 훈련 '엄한(嚴寒)-2017'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북부전구(戰區) 제 78집단군(集團軍)이 북중 접경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북부 커얼신(科爾沁)초원 일대에서 엄동기 항공술을 연습하기 위해 기획됐다. 훈련을 맡은 78집단군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부대로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군이다. [사진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뉴스1]

지난해 11월 중국 국방부는 군사 훈련 '엄한(嚴寒)-2017'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인민해방군 북부전구(戰區) 제 78집단군(集團軍)이 북중 접경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북부 커얼신(科爾沁)초원 일대에서 엄동기 항공술을 연습하기 위해 기획됐다. 훈련을 맡은 78집단군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부대로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군이다. [사진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뉴스1]

 
중국이 박차를 가하는 군사 개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김태호 = 중국은 지난해부터 전면적인 군사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군에서 연대 단위 조직이 없어졌고 일부 육군 여단은 해병대로 넘어갔다. 해양 경찰은 무장 경찰로 소속이 변경됐다. 앞으로 군대가 직접적인 지휘를 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권태환 = 일본은 한반도를 둘러싼 큰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판단한다. 현재 트럼프 정권의 행보와 태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비핵화 과정을 표면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과 자민당 총재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중 상당 부분을 분담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들어서면 오히려 중국이라는 위협이 부각될 것이다. 결국 평화체제 수립으로 일본이 갖는 위협 인식은 심화된다. 일본 입장에선 북한 관계를 넘어 미중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한반도 안보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올해 일본 외무성의 외교청서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로서의 한국 역할이  빠졌다. 이는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한일 사이가 소원해지면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중앙일보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김태호 교수, 권태환 교수,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사진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17일 중앙일보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최근 안보정세 토의를 가졌다. 왼쪽부터 김태호 교수, 권태환 교수,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사진 박용한]

 
일본의 방위 전략은 바뀌고 있는가. 
권태환 = 일본은 10년 후의 전략 증강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 안보 환경이 아주 크게 변했음을 상징한다. 지난 5월 29일 일본 방위계획에 대한 자민당 개혁안이 나왔다. 우선 국방비를 GDP 2%까지 올린다는 검토를 담았다.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방위 체제를 강화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북한 위협을 넘어 궁극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치밀하게 대비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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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어떠한가.
손영동 = 북한은 지난해 사이버 조직 개편을 단행해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할 때 사이버 공격도 함께 증가했다. 이는 심리적 공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현재 상당히 줄었다. 점차 은밀하게 행동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남도현 = 북한 핵문제를 키운 건 미국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핵개발 성공에 적어도 약 40% 기여를 했던 영국에게 핵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다. 이후 영국은 독자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제2차 중동전쟁을 거치며 프랑스도 핵을 개발했고, 이후 이스라엘까지도 핵을 보유하게 됐다. 이스라엘의 핵 보유 허용은 약소국들에게 ‘핵무기가 있다면 미국도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 전 세계적으로 핵이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일련의 사건이 쌓여 북핵 사태가 발생했다. 30년 후, 북한 핵 문제를 바라볼 때 어떤 히스토리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정리=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우아정 인턴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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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