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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타까운 노회찬의 죽음이 남긴 숙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극단적 선택은 안타까움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선 그의 죽음으로 한국 진보정치는 커다란 정치적 자산을 잃고 말았다. 노 대표는 그의 정치 여정 내내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층의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맞서 싸웠다.
 
그러면서도 번뜩이는 유머로 갈등을 웃음으로 승화해 냈으며,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회찬·심상정 의원과 초선 4명이 고작인 정의당을 빗대 ‘노심초사’란 별명을 붙인 것도 노 대표였다. 한국 진보정치계에서 몇 안 되는 대중성 있는 정치인으로 그는 국내 유일의 이념정당인 정의당을 이끌어 왔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이 112석의 자유한국당보다 높은 정당 지지율을 얻은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그런 그가 드루킹 측 도모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특히 그가 최근 특수활동비가 문제되자 국회로부터 받았던 수천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반납하는 등 국회 특활비 폐지운동을 적극 펼쳐왔기에 더욱 그렇다. 그 때문에 노 대표는 당내 일부에서 ‘깨끗한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 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 대표는 같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도 변호사로부터 소개 받은 고교 후배 드루킹한테서 받은 돈을 청탁이 아닌 순수한 정치적 후원금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히 잘못이며, 변명의 여지없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청렴 이미지로 한국당을 제치고 지지율 2위에 오르는 정의당의 상승세에 타격을 입힐 게 분명하며, 그것이 노 대표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현실적인 정치자금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치자금을 모으는 입구와 사용하는 출구를 모두 규제하는 법은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을 정도다. 후원회를 통해서만 모금할 수 있는 현행법은 특히 인맥이 부족한 소수당 의원과 의원이 되고자 하는 정치 신인들에게는 지극히 불리한 제도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치 신인들이 친구나 친척 등의 도움을 받아 활발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을 넓힐 필요가 있다. 대신 정치자금 사용처를 꼼꼼히 감시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대부분 선진국 정치자금법의 기본 원칙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현행법상 불가한 법인과 단체의 후원도 길을 열어 줄 수 있어 불법·편법적 기부가 판을 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노 대표의 죽음으로 인해 드루킹 특검이 영향을 받거나 위축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노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다 불거진 곁가지에 불과하다. 드루킹 사건의 본질은 ‘킹크랩’ 등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댓글 조작이며, 여기에 어떤 인물들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관여됐는가를 밝히는 게 급선무다. 특검이 사심 없이 노력을 다해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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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