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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환율전쟁에 등 터진 건 한국

“위안화 가치가 바위처럼 굴러떨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 폭탄’을 투하했는데도 위안화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환율 전쟁’으로 확대한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상하이 증시는 20일 2.05% 상승한 데 이어 23일에도 1.07% 오르면서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 발언 이후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가치 상승) 고시하면서 환율 전쟁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데다가 금융 당국의 부양책이 더해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바위처럼 굴러떨어지는 신세가 된 건 제대로 ‘유탄’을 맞은 한국 증시다. 특히 상대적으로 체력(펀더멘털)이 더 약한 코스닥 시장이 타격을 크게 입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4.38%(34.65포인트) 급락하면서 756.96으로 주저앉은 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1일(740.32) 이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하루 낙폭으로는 올 3월 23일(-4.81%) 이후 가장 컸다. 외국인(-624억원)과 기관(-737억원)이 ‘동반 팔자’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도 이날 2269.31로 전 거래일 대비 0.87%(19.88포인트) 하락하며 마감했지만, 하락 폭은 코스닥보다 작았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과 환율 전쟁에 한국 내수 경기 악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코스닥이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미·중 무역 전쟁의 주요 피해자로 지목되는 수출 중간재와 내수 관련 업종이 코스피보다 코스닥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낙폭도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은 그동안 제약·바이오·미디어 업종을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안화를 정면으로 조준하면서 위안화와 연동하는 흐름을 보이는 원화도 영향권에 들었다. 이날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일 대비 2.3원 상승(환율 하락)한 1131.4원에 거래를 마쳤다.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전되면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고래’보다 사이에 낀 ‘새우’인 한국이 더 큰 충격을 받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각) “무역 분쟁에서의 최대 피해자는 ‘빅 플레이어’가 아니라 한국 등 미국과 중국의 가운데에 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총수출 중 세계 공급사슬과 연관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대만(67.6%)이다. 한국은 이 비중이 62.1%로 대만, 헝가리(65.1%), 체코(64.7%)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세계 공급사슬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온 원재료 및 부품을 바탕으로 자국에서 새 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수출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 비중이 높을수록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면 수입 비용이 비싸지면서 수출 수요가 줄어들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한국 증시 이탈’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증시와 원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원화 약세, 달러 강세’를 점쳤던 투자자들이 갑작스러운 흐름 변화로 낭패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자 결집을 위해 무역·환율 분쟁을 촉발한 측면이 있는 만큼 현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수적 투자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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