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라이프 트렌드] 고려 개성상인 정신 잇는 전통시장 서울상인 발굴

2018 서울상인 페스티벌
서울시에 있는 전통시장만 무려 352곳. 이곳에서 일하는 상인은 13만4000명이 넘는다. 상인 대부분이 평균연령이 높고 장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장사꾼’이지만 새로운 시도 앞에선 두려움을 느끼는 ‘초보 장사꾼’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전통시장만 시간이 멈춘 듯 발전이 더딘 이유다. 이에 서울시가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롤모델이 될 ‘서울상인’을 선정해 다른 상인에게 ‘나도 한번 변해보자’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제1호 서울상인’이 탄생했다. 서울시 홍제동 인왕시장에서 ‘달래상회’를 운영하는 김창선씨가 그 주인공. 지난 18일 ‘서울상인’을 시상하고 성공 노하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2018 서울상인 페스티벌’에서 ‘제1호 서울상인’으로 선정된 김창선씨가 강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2018 서울상인 페스티벌’에서 ‘제1호 서울상인’으로 선정된 김창선씨가 강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감동적인 행사였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김창선씨에게 우리 시장에도 와서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30년 넘게 장사하면서 만난 그 어떤 상인보다 훌륭하다고 느꼈다.”(우림시장 박철우 상인)
 
“김창선씨의 스토리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명 받았다. ‘나는 과연 저런 노력을 해봤는가’ ‘경기침체, 정부 정책 같은 환경 탓만 해온 건 아닌가’ 반성했다. 앞으로 잘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간다.”(신원시장 장터순댓국 사장 송기춘씨)
 
지난 18일 서울시청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경기침체, 전통시장의 쇠퇴로 얼어붙은 상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지역상권활력센터가 주최·주관하는 ‘2018 서울상인 페스티벌’이다. 서울시의 전통시장 상인과 그들의 가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서정래 서울시 전통상인 명예시장의 축사로 시작한 행사는 ‘제1호 서울상인’ 김창선씨를 시상하고 그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시상식에 앞서 오승훈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장이 서울상인 사업이 시작된 배경을 설명하고 김창선씨와 끝까지 각축전을 벌이다 탈락한 후보자를 공개했다. 오 센터장은 “상인이 바뀌어야 전통시장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상인에게 강력한 변화의 동기를 주고 싶었다”며 “외식업계의 신으로 불리는 백종원씨처럼 현실감 없는 롤모델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상인을 롤모델로 선정하면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서울상인 사업의 시작을 설명했다.
 
눈시울 뜨겁게 한 감동 스토리
오 센터장에 따르면 최종 심사까지 올라온 후보는 김창선씨를 포함해 총 4명. ‘돈이 없어 굶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장사 철학을 가진 양천구 목3동에 있는 목동깨비시장 할범탕수육의 원용록 상인, ‘지역 주민 고객의 삶을 기억하라’는 신념으로 장사하는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강북종합시장 신흥마트의 이해룡 상인, 백화점·대형마트처럼 과일 선물세트를 만들어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제기동에 있는 청량리청과물시장 덕신청과의 박경국 상인이다. 모두 모범이 될 만한 철학을 가진 상인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고 한다.

 
이어서 이날의 메인 행사인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상자 김창선씨의 아들이 시상자로 나와 아버지에게 직접 상을 수여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상인으로서 가족에게 존경받고 인정받는다는 ‘자긍심’을 주기 위해 서울시에서 특별히 준비한 퍼포먼스다. 시상식 후에는 김창선씨의 강연이 이어졌다.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김창선씨는 진솔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놨다.
 
김씨의 성공 역사는 가난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에게 이어받은 나물 파는 노점에서 장사를 시작한 그는 첫아이를 임신한 아내에게 2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 사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손님·상인에게 온갖 서러움을 겪다가 창고로 쓰이던 폐점포 하나를 인수해 지금의 점포 ‘달래상회’를 열었다. 이를 악물고 밤낮으로 일했고 지금은 월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부를 일궜다. 김씨는 ‘장사할 때 미쳤다는 소리를 꼭 들어야 한다’ ‘명품(질 좋은 상품)에 집착하라’ ‘상품을 팔기 전 고객의 마음을 사라’는 세 가지 핵심 성공 노하우도 전했다.
 
실제로 그는 아직도 다른 가게보다 더 신선하고 질 좋은 상품을 가져오기 위해 일주일에 서너 번은 경남 하동, 강원도 영월, 충남 서산에 내려간다. 원산지에 가서 직접 눈과 손으로 상품의 질을 확인하고 저렴한 가격에 가져오기 위해서다. 좋은 상품을 알아본 손님이 하나둘씩 늘고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상인을 대표한다니 부끄럽다”며 “서울상인으로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통시장 상인에게 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많은 상인의 공감을 얻은 명강연이 끝나고 서울시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자녀가 평생을 시장에서 부지런히 일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 부모에게 전하는 따뜻한 영상 편지가 재생됐다. 영상을 보는 상인의 얼굴엔 먹먹하면서도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오 센터장이 서울상인 사업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오 센터장은 “원래 계획한 9명의 서울상인이 모두 선정되면 이들의 장사 노하우를 엮은 책을 발간하고 싶다”며 “청결하지 못하고 불친절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전통시장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상인은 서울시가 전통시장 상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운영하는 사업이다. 장사의 성공 요소를 갖추고 서울시가 제시하는 변화의 모습을 갖춘 상인을 ‘서울상인’으로 선정한다. 총 9개 분야(상품·집객·광고·진열·대화·단골·창결·상인정신·직원복지)에서 한 명씩 총 9명을 뽑는다. ‘제1호 서울상인’인 김창선씨는 상품 분야에서 선정됐다. 나머지 8개 분야의 서울상인은 올해 하반기에 선정한다. ‘서울상인’에 뽑히면 이를 인증하는 현판을 수여받고 다른 상인에게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의 영상 콘텐트를 만들게 된다. 콘텐트는 카카오톡이나 시장 내 TV를 통해 배포해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