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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고래 싸움에 등터진 한국 증시

“중국 위안화 가치가 바위처럼 굴러떨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환율 전쟁으로 확대한다는 선전포고였다.  
 
그런데 23일 중국 상하이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에도 1.07% 상승했다. 그동안의 위안화 약세가 한풀 꺾인 게 중국 증시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고 금융 당국의 부양책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바위처럼 굴러떨어지는 신세가 된 건 오히려 한국 주식시장이다. 체력(펀더멘털)이 약한 코스닥이 특히 타격을 크게 입었다. 고평가 논란이 일었던 바이오주 ‘투매’ 현상까지 겹치면서다.  
 
23일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38% 하락한 759.96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다. [사진 한국거래소]

23일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38% 하락한 759.96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다. [사진 한국거래소]

 
이날 코스닥은 790대에서 750대로 수직 낙하했다. 하루 만에 -4.38%(34.65포인트) 급락하며 756.96으로 주저앉은 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21일(740.32)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하루 낙폭으로는 올 3월 23일(-4.81%) 이후 최대다. 외국인(-624억원)과 기관(-737억원)이 ‘동반 팔자’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도 이날  2269.31로 전 거래일 대비 0.87%(19.88포인트) 하락하며 마감하긴 했지만 하락 폭은 코스닥보단 덜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미ㆍ중 무역 분쟁과 환율 갈등, 한국 내수 경기 악화 전망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한국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데 특히 코스닥이 코스피에 더 충격에 약한 모습”이라며 “코스피의 경우 가격이 내려가면 ‘펀더멘털 대비 싸다’는 인식에 하락 폭이 제한되는데 그에 비해 코스닥은 제약ㆍ바이오ㆍ미디어 업종을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탓에 코스피와 같은 ‘비교적 싸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미ㆍ중 무역 갈등으로 피해를 많이 입을 것으로 보이는 수출 중간재와 내수 관련 업종 비중이 코스닥 시장 내 높다 보니 더 낙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겨냥한 목표는 위안화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려 자국 수출품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다. 위안화와 연동하는 흐름을 보이는 원화도 영향권에 들었다. 이날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일 대비 2.3원 오른 1131.4원에 거래를 마쳤다.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번지면서 미국과 중국 ‘두 고래’보다 한국이 더 큰 충격을 받는 양상이다. 원인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을 내놨다. 22일(현지시각) “전 세계 무역분쟁에서 최대 피해자는 ‘빅 플레이어’가 아니라 한국 등 가운데 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총수출 규모 가운데 세계 공급사슬과 연관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대만(67.6%)이다. 그다음은 헝가리(65.1%), 체코(64.7%), 한국(62.1%), 싱가포르(61.6%), 말레이시아(60.4%), 아일랜드(59.2%) 순이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세계 공급사슬에 여기저기 묶여 있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온 원재료 및 부품을 바탕으로 자국에서 새 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수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질수록 수입 비용은 올라가고 수출 수요가 낮아져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배경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한국 증시 이탈’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물론 원화 가치도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그동안 ‘원화 약세, 달러 강세’를 점쳤던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흐름 변화로 낭패를 보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무역ㆍ환율 분쟁을 촉발한 만큼 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국내 채권시장만 외국인이 유입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반면 주식ㆍ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지속하면서 앞으로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로선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숙ㆍ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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