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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실적’ 내면 조사받을 수도?...금감원, 밀착 분석 방안 논란

의류업체인 A사는 지난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A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0% 늘었고, 매출도 20% 가까이 증가했다. 오랜 불황에다 중국 관광객 감소까지 겹치면서 의류산업 업황이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이뤄낸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깜짝 실적)’였다. 상장된 의류업체 10곳 중 7곳이 매출이나 영업이익 감소한 터라 A사의 실적은 더욱 돋보였고 주가도 크게 올랐다.
금감원

금감원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A사처럼 빼어난 실적을 발표하는 상장사는 앞으로 금융당국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업황이나 경쟁사 실적과 동떨어진 실적을 보이는 기업을 밀착 분석하는 회계감리 방식 개선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산업별 특성이나 시장·경기 지표와 개별 업체의 재무제표를 연계하는 회계감리 방식을 올 하반기부터 적용한다고 23일 밝혔다. 특정 업체의 실적이 업황이나 경기 지표, 경쟁사의 실적과 크게 동떨어질 경우 금감원 내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분석한 후 그 이유가 소명되지 않으면 회계감리에 착수한다는 게 골자다. 정규성 금감원 회계기획감리실장은 “개별 업체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까지 철강 가격이 줄곧 하락 추세였다가 올해 회복됐다고 치자. 그런데 B사는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업황이 나빴던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고, 철강 가격이 회복된 올해는 오히려 매출·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런 경우 B사가 지난해 이익을 과대 계상하고, 올해는 손실을 반영하는 등의 분식 회계가 의심되므로 밀착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표적인 경기 지표인 벌크선운임지수(BDI)가 하락하는데 영업이익이 많이 증가한 해운업체, 소비자심리지수 등 경기 지표가 악화하는데 매출이나 투자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유통업체, D램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데 매출이 크게 줄어든 전기·전자업체 등도 금감원의 현미경 조사를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회계 분식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큰 대기업 상장사 50곳을 선정해 하반기부터 밀착 분석에 착수하고, 경기 취약·민감 업종 내 상위 대기업으로 분석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23일 금감원이 발표한 회계감리 방식 개선 방안 개요도.

23일 금감원이 발표한 회계감리 방식 개선 방안 개요도.

 
나무(개별 업체)만 보는 게 아니라 숲(업계 전반)을 보면서 특정 업체의 회계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언뜻 합리적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튀어나온 못이 정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황에도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전략으로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이 되려 잠재적인 회계 부정 기업으로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업황이 안 좋다고 해당 산업에 속한 모든 기업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닌데, 경쟁사들과 달리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기업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처럼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 후 회계 부정이 밝혀진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깜짝 실적을 낸 기업을 금융당국이 전부 밀착 조사한다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자 시장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업황이나 경쟁사에 비해 도드라진 실적을 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밀착 분석 대상이 된다면 상장사들이 오히려 보수적으로 회계 처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규성 실장은 “기업의 분식회계 유혹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차원이지 실적이 좋은 특정 업체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밀착 분석을 하더라도 대외에 공표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해당 업체에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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