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집 한 채 값 빚지고 죽은 친구가 꿈에 나타나 한 말

기자
김길태 사진 김길태
[더,오래] 김길태의 91세 왕언니의 레슨(23) 
종교는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것이다. 모든 종교는 사랑을 바탕에 둔다. 임현동 기자

종교는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것이다. 모든 종교는 사랑을 바탕에 둔다. 임현동 기자



종교는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것이다. 모든 종교는 사랑을 바탕에 둔다. 욕심, 투기심, 시기심, 어리석음을 버리고 자비심을 키우며 사랑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양심에 따라 살아가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많은 종교 중에서 나는 불교를 믿는다. 갈마의 법칙인 윤회사상과 업과 숙업이 있음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업은 현세의 내가 행하는 일이며 숙업은 전생의 내가 행한 일이다.
 
나에게 친한 친구가 있었다. 대학 기숙사에서 한방을 쓴 룸메이트다. 내가 마흔 즈음의 일이다.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남편을 돕기 위해 서울에 있던 내가 내려가야 했다. 1년여의 선거기간 동안 서울에 있는 아이들의 생활비가 걱정되었다. 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는 아이들에게 주라고 부탁했다.
 
그녀의 남편이 일본에서 철쭉을 수입하면서 돈이 필요하다기에 다른 친구의 돈까지 더해서 꽤 큰돈을 건넸다. 친구는 내 신념을 배신하지 않고 아이들을 잘 챙겨줬다. 친구의 병원도 잘 되고 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어찌 된 일인지 준다는 날짜가 되어도 주지 않았다. [중앙포토]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어찌 된 일인지 준다는 날짜가 되어도 주지 않았다. [중앙포토]

 
선거가 끝나고 서울에 와서는 내가 그 돈이 필요했다. 친구에게 돌려달라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준다는 날짜가 되어도 주지 않았다. 나 외의 다른 친구들에게도 돈을 빌린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왔다. 힘이 하나도 없이 엄지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어디 아프니?” 물었더니 손가락에 염증이 생겼다면서 돈을 못 가지고 와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 가져오면 되지 뭐, 하지만 내 돈 아닌 다른 친구 돈은 좀 일찍 줬으면 좋겠다.” 하니 “알았어.” 하며 힘없이 돌아갔다. 그것이 친구를 본 마지막 날이 되고 말았다.
 
다음날,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벼락 맞은 것 같이 정신이 멍해졌다. 죽은 친구에 대한 서글픔과 동시에 내 머릿속에 자그마치 집 한 채 값인 그 돈 생각이 떠올랐으니 인간은 참 치사한 동물이다. 집 앞에서 앞차를 피하려다 미처 보지 못한 뒤차에 치였다고 했다. 아침에 어딘가 바삐 갔다 오다가 변을 당했단다.
 
나는 친구 집에 가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남편에게 위안의 말과 동시에 돈 이야기를 했으니 참 속물이었다. 친구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빚을 졌는지 빚쟁이가 많아서 나는 더 놀랐다. 자그마치 천만원이라고 했다. 그때 종로에 있던 그 친구의 큰 병원도 사백만원 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친구의 오빠도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내 돈은 알고 있으니 갚겠다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돈 갚겠다던 친구가 다음날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중앙포토]

돈 갚겠다던 친구가 다음날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중앙포토]

 
다음날, 친구를 집에 모셔서 초상을 치른다기에 그 집에 다시 갔다. 그런데 친구 남편이 전에 없는 냉랭한 얼굴로 너 언제 봤냐는 듯 나를 대하며 돈을 못 주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 놀라 친구의 영정 앞에서 “OO야 이 돈 받지 않을 거야. 이 돈으로 너의 우정을 샀다 생각하고 갈게. 하지만 나는 너 가는 길을 보러오지는 못하겠다. 잘 가, 돈은 마음에 두지 말고 편히 가” 하며 큰 소리 말하고 친구에게 마지막 절을 하고 나왔다. 내가 전생에 이 친구에게 많은 빚을 졌겠지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날 저녁 그 친구가 꿈에 왔다. 평상시처럼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고와 내 뒤를 따라다녔다. 나는 생시처럼 “얘 너는 죽었지 않니, 얘 저리 가” 하니, “내가 미안해서 너를 도와주려고 그래” 하기에, “얘 저리 가 괜찮아” 하고 잠을 깼다. 친구가 얼마나 미안했으면 그랬을까! 함께 건넸던 다른 친구의 돈은 내가 대신 갚아줬다. 내 전생의 빚이다 생각했다.
 
내가 업이라고 생각 안 했으면 그 큰돈을 대신 갚으며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종교의 힘은 큰 것이다. 참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내가 어려울 때 항상 가까이 있었던 친구며 돈보다 우정이 더 깊어 지금도 생각난다.
 
김길태 산부인과 의사 heesunp1@gmail.com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