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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훈련장 잘못 찾은 예비군, 무조건 '병역법위반죄'?

예비군 훈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예비군 훈련 이미지.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서울에 살고 있는 이모(24)씨는 지난해 8월 "다음 달 예비군 동원훈련에 참가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소집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훈련장이었다.
 
예정된 동원훈련을 하루 앞두고 이씨는 밤부터 갑작스런 고열에 시달렸다. 늦은 시간이어서 달리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이씨는 함께 훈련을 받는 친구들과 함께 남양주로 향했다. 훈련장에 가 "몸이 너무 좋지 않다"고 사정을 말하니 근무자가 "다음에 훈련을 받으면 된다. 귀가자명단을 작성하고 귀가하라"고 안내해줬다. 이씨는 남양주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타고 돌아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집에 갔다.
 
그런데 얼마 뒤 이씨는 '병역법 위반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기일에 입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는 통지를 받은 것이다.  
 
통지서에 적힌 훈련장은 남양주시에 있는 또다른 훈련장으로 이씨가 찾아갔던 훈련장과 5km 남짓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친구들이 다들 그 훈련장으로 간다기에 큰 생각 없이 친구들을 따라간데다, 그 훈련장 교관도 명단을 확인하지 않고 이씨에게 "귀가자 명단을 쓰고 가라"고만 했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이 잘못 찾아간 줄도 몰랐다. 
 
사격훈련을 받고 있는 예비군들.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사격훈련을 받고 있는 예비군들.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예비군 동원훈련은 향방 훈련 등 다른 예비군 훈련과 달리 한 번의 불참만으로도 처벌이 이뤄진다. 이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이 떨어졌다. 무직인 이씨에게 수십만원의 벌금은 부담이었다.
 
이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집결 장소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일부러 훈련을 안 간 것도 아닌데 전과자가 돼야 하는 것은 억울했다.
 
이씨 사건을 맡은 법률구조공단의 엄욱 변호사는 "병역법 위반이 되려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하지 않으려 한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면서 이씨에게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가야 하는 훈련장에서 5km 남짓 떨어진 다른 훈련장에 가긴 했지만 정해진 날짜에 훈련을 받을 마음을 먹고 훈련장에 간 것은 사실이었다. 또 병역법령상 기준에 따르면 질병으로 훈련을 못 받을 경우엔 강제 귀가해 보충훈련을 받게 하고 무단불참자로 처리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 12단독 남성우 판사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달 5일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 판사는 판결문에 "동원훈련을 받기 위해 착오로 다른 훈련장에 간 점과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신고불참 처리자 명부에 서명하고 퇴소한 점, 실제로 이씨는 병원에서 급성인후염·고열기침으로 진단받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씨에게 입영을 아니 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썼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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