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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너무 급박하게 추진”

“정부가 물타기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 노동부를 이끈 이상수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이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문제를 일방적이고 물타기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경제 문제의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참여정부 내각을 함께 했기 때문에 그동안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서 흔들고 싶지 않았다"며 "특히 고용노동부는 친정이기 때문에 그동안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13·15·16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으로 노동위원, 정책조정위원장, 원내대표(당시 원내총무) 등을 거친 뒤 노동부 장관을 한 노동 분야 정책통이다. 13대 국회 때는 노무현·이해찬과 함께 노동위원으로 활동하며 '노동위 3총사'로 불리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한 이상수 전 의원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송승환 기자

참여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한 이상수 전 의원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송승환 기자

최저임금 인상 논란 "디테일 못 챙기고 성급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경제 정책 총평을 한다면.
지난 1년간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을 끌어올려서 경제 기반의 균형을 맞추려 한 지향점은 바람직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잡으려 한다는 신호를 사용자 측에서도 충분히 느끼도록 전달해야 했다. 정부가 분배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받아서 반대쪽에서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거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 위원들이 모두 보이콧한 게 대표적인 예다.
 
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만들겠다는 공약 못 지키게 됐다고 사과했는데.
대선 공약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때 공약에 지나치게 얽매여선 안 된다. 정책은 아무리 동기가 선해도 결과가 나쁘면 잘못된 정책이다. 공약을 지키는 것보단 당연히 정책 결과가 좋은 게 우선이다. 문 대통령이 더 당당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다음 해 최저임금(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에 대한 사용자 측 반발이 심하다.
너무 급박하게 추진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예상 효과를 정부가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야 했다. 예상되는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미세한 보완책, 인센티브 제도 등이 보이지 않고 ‘야당이 발목 잡았다’고 탓만 한다.
 
참여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상수 당시 노동부 장관(오른쪽). 왼쪽은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가운데는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중앙포토]

참여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상수 당시 노동부 장관(오른쪽). 왼쪽은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가운데는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중앙포토]

최저임금 논란 해결 방안이 있다면.
근로장려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서 사회 구성원 전체로 나누는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해 마찰이 생길 수 있지만 지금 대립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갈등이다. 법인세를 올리는 등 증세의 방향을 조절하면 분배 정의에도 맞다. 이외에도 지역별, 연령별, 업종별 최저임금의 차등화 역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방안이다.
 
정부·여당과 진보 진영은 저소득층과 자영업자가 대립하는 '을 대 을'의 갈등 구도로 봐서는 안 되며 임대료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최저임금과 노동 문제에 접근할 때 그렇게 물타기 식으로 해선 안 된다. 비싼 상가 임대료, 대기업의 갑질에도 문제가 있고 고쳐야 하지만 최저임금과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최저임금과 고용 문제를 풀어갈 때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거대 담론으로 덮으려 하면 결국 곪아 터질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 상황이 어떤지 솔직하고 반성적으로 복기해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호재로 생각하고 단점만 부각해서도 안 된다.
 
"참여정부의 시행착오 반복해선 안 돼"
 
2002년 12월 노무현 당시 16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상수 선거대책본부 총무본부장이 중앙선관위의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12월 노무현 당시 16대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상수 선거대책본부 총무본부장이 중앙선관위의 당선증을 전달받고 있다. [중앙포토]

참여정부 내각 멤버였는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을 어떻게 보나.
경제 정책을 청와대가 ‘돌격 앞으로’ 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구다. 현장에 맞는 정책의 수립과 시행 등 세부적인 관리는 각 부처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청와대만 보이고 장관과 부처는 안 보인다. 이러면 부처들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하고 청와대만 바라보게 된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입장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서 소비를 활성화 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논리가 주류 경제학계의 이론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은 이름에 성장이 붙어있지만 사실상 분배 정책이다. 저소득층 소득 지원은 경제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고 이것만으로 경제 성장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결국 혁신성장 정책도 마찬가지로 힘을 실었을 때 효과가 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한쪽에만 치우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혁신성장의 속도를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과 후배 관료들을 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노동 정책은 뜨거운 가슴만으로 되는 게 아닌데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건지 실천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든다. 변화를 추진할 때 그 방향만큼 중요한 건 변화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정권 3년 차가 되면 주요 국정과제를 담당하는 부서는 추진력을 상실하는 게 필연적이다. 관료의 역량은 관리 능력에서 판가름나는데 3년 차가 되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참여정부도 변화의 방향은 옳았지만, 미세조정이 미흡했다. 그런 시행착오가 문재인 정부에서 반복돼선 안 된다.
 
"민주당, 민생보다 선거에만 관심 쏠려"
 
이상수 전 장관(가운데)이 과거 민주당 원내총무를 맡았을 당시 3당총무회담 직후 합의된 사항을 설명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상수 전 장관(가운데)이 과거 민주당 원내총무를 맡았을 당시 3당총무회담 직후 합의된 사항을 설명하는 모습. [중앙포토]

민주당 정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모두 경험했다.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정책 정당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현실에 맞는 심도 있는 정책이 아닌 거대 담론과 구호만 앞서고 있다. 원인은 모든 관심이 다음 총선과 차기 정권 창출에만 쏠려 있어서다. 대다수가 선거를 의식한 자기 정치를 하고 있고 민생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농부는 부족해 보인다.
  
참여정부와 민주당의 선배로서 정부·여당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주역에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혼자 공을 세우려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높은 자리에서 ‘나는 특별한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집착을 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미 1년 남짓한 기간에 충분한 성과를 보였으니 앞으로는 협치와 인내심에 공을 들였으면 좋겠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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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