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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잠롱 스리무앙과 박원순

염태정 내셔널 팀장

염태정 내셔널 팀장

잠롱 스리무앙(83) 전 방콕 시장은 재임 시절(1985~92년) 별명이 나이시안(깨끗한 남자), 미스터 클린(Mr. Clean)이었다. 시장 시절 월급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허름한 창고에서 살았다. 태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그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나왔다. 1991년 가나안 농군학교 고 김용기 교장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1회 일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도 여러 번 왔다. 그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다. 96년 가을쯤으로 기억한다. 물건을 고르고 웃으며 상인들과 인사하는 게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양동 9평(30㎥)짜리 옥탑방에서 한 달간 생활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잠롱 시장이 떠올랐다. 둘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수도의 민선 시장이다. 현장을 강조한다. 잠롱의 ‘미스터 클린’은 부패 척결도 있지만 실제 청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시장 시절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잠롱은 가난했는데 적어도 공식적으론 박 시장도 만만치 않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박 시장의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6억2990만원이다. 주요 고위공직자 가운데 7년 연속 꼴찌다. 지난 6월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빚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장을 오래 하고 변호사를 오래 했는데, 그건(빚이 많은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고 했다. ‘월급 기부’도 비슷하다. 크지 않은 키와 짧게 깎은 헤어스타일도 닮았다.
 
‘옥탑방 원순씨’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박 시장은 “책상 위 보고서는 2차원의 현실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시민의 삶은 3차원이다. 직접 시민 삶 속으로 들어가서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발굴해내겠다”고 했다. 현장은 중요하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옥탑방을 ‘쇼’라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21세기에 19세기 식 브나로드(민중속으로) 운동을 하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때론 쇼가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성과다. 지속가능성이다. 진정성 있는 희생과 봉사다. 3연임 제한으로 박 시장은 4년 후엔 서울시장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래서 그의 움직임을 대권을 향한 물밑 작업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지방선거 이후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광역단체장 인터뷰에선 대권에 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데 모두 “시정·도정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박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잠롱은 92년 임기를 2년 남기고 시장에서 물러났는데,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이후 의원이 되고, 부총리도 됐지만 시민의 마음은 멀어졌다. 96년 방콕시장 3선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박 시장의 행보가 대권을 향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민생을 위한 순수한 열정이길 바란다.
 
염태정 내셔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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