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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문건은 내란음모 증거? 일선 부대 가담했나가 관건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21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 마련된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족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송 장관은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유가족이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 ’의전 등의 문제에서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뉴스1]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지난 21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 마련된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족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송 장관은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유가족이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 ’의전 등의 문제에서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뉴스1]

한국 사회에서 38년 만에 다시 ‘계엄령’이 등장했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던 이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발단은 청와대가 지난 20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의 ‘대비계획 세부자료’(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군 당국은 계엄 선포와 함께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 탱크를 투입하기로 돼 있다. 군이 자료에 나온 대로 실제로 준비했다면 80년 신군부 쿠데타의 데자뷔다. 수사에 나선 군과 검찰은 문건 작성을 주도한 ‘몸통’ 또는 ‘윗선’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① 누구 지시로 작성했나=자료는 지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문건)의 부속 문서 격이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위수령과 계엄에 대한 검토 차원에서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료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문건 작성과 자료 작성 지시가 별도로 내려졌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 일각에선 문건과 자료 모두 청와대에 기무 라인을 통해 보고됐을 가능성이 나온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기 때문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고 있었다. 군 출신인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나 박흥렬 전 경호실장이 비상계획안을 미리 준비하라고 육사 후배인 조 전 사령관에게 따로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 측은 “지시를 한 적도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경호실장은 “나도 처음 본 자료”라고 일축했다.
 
② 왜 만들었을까=한 전 장관 측은 지금까지 “문건은 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건이 등장하자 자료가 문건의 부속 서류가 아니라 반대로 문건이 자료의 요약본 아니냐는 얘기가 군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자료엔 언론 통제 방안, 탱크 투입 등 군 병력 배치, 비상계엄 선포문과 담화문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서다. 정부 소식통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16년 12월 시위대가 청와대의 턱밑인 효자치안센터까지 진출하는 것을 보고 당시 군 인사들이 무척 놀랐다”며 “이후 군 지휘부가 편의대(사복 차림 조직)를 꾸린 뒤 촛불시위대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 일각 또는 군 지휘부에서 청와대가 시위대에 뚫리는 비상사태를 가정한 작전 계획의 필요성을 실감했을 수도 있다.
 
③ 내란음모인가=여권에선 문건과 자료의 작성 관련자를 내란음모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반면에 익명을 요구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문건이나 자료가 종이에만 적혀졌고 실행이 안 된 ‘페이퍼 플랜’이라면 관련자를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관건은 자료의 작성 과정에서 일선 부대의 가담 여부다. 기무사 문건에 등장하는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등이 기무사와 부대 배치나 병력 동원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면 내란음모의 증거가 될 수 있다.
 
④ 자료 전체 공개 공방=청와대는 지난 20일 67쪽 분량의 자료 중 일부만 공개했다. 이 자료가 ‘2급 군사기밀’인 데다 군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2일 “청와대가 몇 개월간 방치한 뒤 이제 와서 살라미식으로 선별 공개하는 이유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수사 관련 문건을 직접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적정성 논란이 없지 않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기무사 문건 제출을 청와대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0일 법사위에서 여야 간사 합의로 청와대에 23일 낮 12시까지 문건을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확인한 바로는 해당 문건이 정식으로 등재된 ‘2급 기밀문서’가 아니어서 공개 여부를 추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문건 제출 요청이 오면 소관 부처인 국방부에서 제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철재·강태화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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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