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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을 놀라게 한 눈물 연기, 이 시대 가족은 어디에 …

‘어느 가족’은 일본사회에서 붕괴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다. [사진 티캐스트]

‘어느 가족’은 일본사회에서 붕괴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다. [사진 티캐스트]

“도둑질하는 가족 영화라고? 전 세계에 일본을 망신시킬 셈인가!”
 
오는 26일 개봉하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어느 가족’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고도 일본 우익세력의 공격에 시달렸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일본 어느 가족의 어두운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서다. 할머니(키키 키린 분)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아가던 가족은 어느 날 추위에 떨고 있던 다섯 살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 분)를 집에 데려오고, 그로 인해 감춰왔던 비밀이 들통나게 된다.
 
고레에다 감독은 최근 일본에서 문제시된 ‘유령 연금’(수급 당사자의 사망을 감추고 연금을 계속 받는 범죄), 아동학대 등 무거운 이슈를 담담한 가족영화로 풀어냈다.
 
가족이 저지르는 범죄는 응원하기 힘들지만, 어느새 귀염받는 ‘막내딸’이 된 유리까지 온 가족이 온기를 나누며 가난을 헤쳐 나가는 장면들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족을 묶어주는 건 핏줄일까, 함께 보낸 시간일까. 감독이 묻고 싶었다는 질문이다.
 
일본에서도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우익의 ‘악플’ 공세를 이겼다. 지난달 8일 개봉 한 달 남짓 만에 극장 수입이 40억 엔(약 4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여기엔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했다. 특히 엄마 노부요 역 배우 안도 사쿠라(32)는 지난 5월 열린 칸영화제에서부터 극찬받았다.
 
“앞으로 우리가 찍는 영화에 우는 장면이 있다면 안도 사쿠라를 흉내 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이렇게 호평했다. 가족을 잃게 된 노부요가 경찰의 어떤 추궁에 눈물 흘리는 장면을 두고서다. 전기충격을 받은 듯 멈칫하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하염없이 닦아내는 그의 맨얼굴은 영화가 전하고자 한 모든 진심을 찰나에 드러냈다 해도 좋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도 사쿠라. [EPA=연합뉴스]

안도 사쿠라. [EPA=연합뉴스]

배우의 솔직한 반응을 담고 싶어 경찰이 할 질문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본지와 프랑스 칸 현지 인터뷰에서 “이 장면은 온전히 그녀 안에서 흘러나온 것, 살아있는 것”이라 돌이켰다. 처음엔 40대로 설정했던 노부요 캐릭터의 나이를 낮춘 것도 안도 사쿠라를 캐스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놀라운 배우란 건 이미 알고 있었기에 꼭 한번 작업하고 싶었다”면서 “시나리오 초고를 쓰던 즈음 같은 동네에 살던 안도 사쿠라와 우연히 마주쳤고, 그녀가 맡아주면 좋겠단 생각에 나이를 낮춰 제안했다”고 말했다.
 
실로 안도 사쿠라는 한국에선 낯설지만 일본에선 연기파 배우로 손꼽힌다. 아버지가 배우이자 감독(오쿠다 에이지)이고, 언니 안도 모모코 역시 감독 겸 배우다. 안도 사쿠라는 언니가 연출한 영화 ‘0.5미리’로 2015년 처음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이듬해 한심한 백수의 권투선수 도전기를 담은 ‘백엔의 사랑’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도쿄국제영화제에선 ‘일본영화의 뮤즈’로도 선정됐다.
 
‘어느 가족’에서 그의 모성애 연기가 유독 빛난 것은 지난해 배우인 남편 에모토 타스쿠와 첫 아이를 얻은 직후 촬영에 임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유리 역의 아역배우 사사키 미유가 실제 자신의 딸과 생일이 같아 영화에 더 인연을 느꼈다는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촬영현장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한 장면, 한 장면 찍으면서 영화 속 가족처럼 관계를 키워나가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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