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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설경구·황정민 나올까 … 다시 달리는 ‘지하철 1호선’

2003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2000회 기념 공연. 1995~96년과 2001년 ‘철수’와 ‘문디’ 역으로 무대에 섰던 황정민(왼쪽 첫째)이 지하철 승객들을 위협하는 자해공갈범으로 특별 출연했다. [사진 학전]

2003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2000회 기념 공연. 1995~96년과 2001년 ‘철수’와 ‘문디’ 역으로 무대에 섰던 황정민(왼쪽 첫째)이 지하철 승객들을 위협하는 자해공갈범으로 특별 출연했다. [사진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10년 만에 돌아온다. 1994~2008년 총 4000회 공연을 마친 뒤 운행을 멈췄던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이 오는 9월 8일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4001회 공연부터 재가동된다. 이번 공연은 12월 30일까지 100회 한정으로 열릴 예정이다.
 
‘지하철 1호선’은 86년 독일 베를린 그립스 극장에서 초연한 극작가 폴커 루드비히의 ‘1호선(Linie 1)’을 극단 학전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민기가 한국 실정에 맞게 번안·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통일 전 서독의 시골마을 소녀가 지방공연을 왔던 록 가수와 사랑에 빠져 베를린으로 무작정 상경한 뒤 겪는 이야기다. ‘지하철 1호선’은 옌벤처녀 ‘선녀’가 백두산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 남한의 ‘제비’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선녀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울역에서 청량리를 오가며 서울의 밑바닥 삶과 만난다. 95년 내한해  ‘지하철 1호선’을 관람한 원작자는  “가장 뛰어난 번안 작품”이라며 극찬했고, 2000년 1000회 공연 이후부터는 저작권료를 전액 면제해줬다.
 
1994년 ‘지하철 1호선’ 초연 장면. 설경구·나윤선·김효숙·이두일 배우(왼쪽부터)가 출연했다.

1994년 ‘지하철 1호선’ 초연 장면. 설경구·나윤선·김효숙·이두일 배우(왼쪽부터)가 출연했다.

◆IMF 때 이야기 … “세상은 바뀌어도 모순은 여전”=이번 공연의 시대 배경은 외환 위기 한복판인 98년 11월이다. 99년부터 공연한 ‘지하철 1호선’ 여섯 번째 버전 그대로다. ‘선녀’의 눈을 통해 실직 가장, 매춘부, 잡상인, 혼혈고아, 인신매매범, 걸인 등 대도시 소외계층의 다양한 인물을 그려내며 IMF 시절 한국 사회를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낸다. ‘지하철 1호선’은 초연 이후 여섯 번째 버전이 나올 때까지는 매년 수정·보완 작업을 거쳤지만, 그 뒤론 큰 변화가 없었다. 1996~2006년 학전에서 기획실장을 지낸 이양희 국립극장 공연기획부장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주인공 선녀는 ‘꿈이란 소중한 것, 끝도 없는 것, 그리고 이뤄지는 것’이라고 노래한다”면서 “세상이 바뀐 것 같지만 모순적인 현실은 여전하고, 마지막 상황에서도 꿈을 꾸게 하는 ‘지하철 1호선’의 힘은 여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꼭 20년 전인 시대 배경은 관객들의 복고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승객들이 일제히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이나,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했다 특사로 나왔다”며 깡패들이 협박성 구걸을 하는 모습 등은 요즘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학전 김민기 대표는 “20년 동안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응답하라’ 식의 의미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연출가 김민기(왼쪽)와 음악감독 정재일.

연출가 김민기(왼쪽)와 음악감독 정재일.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음악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환송공연 ‘하나의 봄’의 음악을 작곡하고 피아노를 연주했던 정재일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편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전 측은 “기존의 건반·기타·베이스기타·드럼·색소폰의 5인조 밴드를 건반·기타·베이스기타·아코디언·퍼커션·바이올린의 6인조 밴드로 새롭게 구성한다”며 “기본적인 록 스타일 음악에 ‘아시아의 대도시’ 감각을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소리로 뽑은 ‘제2의 설경구·황정민’=100% 공개 오디션을 통한 캐스팅은 ‘지하철 1호선’이 95년부터 지켜온 전통이다. 공연의 성패가 출연 배우의 스타성에 달린 현 공연계 풍토에서 신선하고 용감한 고집이었다. ‘지하철 1호선’은 스타들의 등용문이자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명 ‘학전 독수리 오형제’라 불리는 김윤석·설경구·황정민·장현성·조승우뿐 아니라, 방은진·배해선·김무열·김희원·안내상·이두일·오지혜·조련·박혁권·서범석·김재범 등이 ‘지하철 1호선’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재즈가수 나윤선은 94년 초연 때 여주인공 ‘연순’(95년부터 ‘선녀’로 이름이 바뀜)을 맡았고, TV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의 ‘짜잔형’  권형준은 95년부터 ‘제비’ ‘안경’ 등의 배역을 오가며 ‘지하철 1호선’에 단골 승차했다.
 
10년 만에 돌아오는 ‘지하철 1호선’이 제2의 설경구, 제2의 황정민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학전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4월 전 배역 오디션을 통해 11명을 선발했다. TV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했던 가수 손진영을 제외하면 모두 새 얼굴이다. 오디션에는 여성 515명, 남성 402명 등 총 917명이 지원했다.
 
지정곡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불러 1차 오디션을 통과한 93명의 지원자는 2차 오디션에서는 판소리로 연기 대결을 펼쳤다. 이들에게 주어진 지정 대본은 판소리 ‘흥보가’(남성)와  ‘심청가’(여성)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지하철 1호선’은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우리 언어로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판소리야말로 우리 언어가 잘 실현된 작품이어서 감정 표현이나 대사의 전달력 등을 평가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8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1명의 배우는 지난 2일부터 주 5일 하루 9시간씩 맹연습 중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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