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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퇴직 전 몰래 챙기는 노후 비상금 … 아내들이여, 모른 척 눈감아 주라

서명수

서명수

은퇴하고 나면 부부가 자주 부딪히는 것 중 하나가 용돈 문제다. 수입은 빤한데 써야할 곳은 그렇게 줄지 않으니 용돈 사용에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퇴직 후에도 인간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분위기상 사회활동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배우자 몰래 소비해야 할 때도 생긴다.  
 
배우자와 잘 얘기를 나눠 용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용돈을 받아쓰는 남자의 생활은 팍팍하다. 후배에게 술 한잔 사기 쉽지 않고, 꼭 챙겨야할 경조사에도 소심해진다. 아내한테 용돈 좀 올려달라고 했다간 잔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심하면 부부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럴 때 미리 비상금이라도 모아뒀다면 험악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비상금은 재정형편이 어려울수록 한계 효용이 커진다. 수입이 줄어드는 노후가 그렇다. 한계효용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추가분으로 얻어지는 효용이다. 가뭄 속 단비처럼 지갑이 얇아진 상황에선 비상금이 주는 만족감은 현역 때보다 클 수 밖에 없다. 노후 비상금은 부족한 용돈을 메우는 성격이 강하다. 게다가 좌절에 빠지기 쉬운 노후엔 심리적 안정감도 준다.
 
하지만 노후에 비상금을 조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현역 때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노후에 쓸 용돈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매달 월급에서 얼마씩 저축하겠다’고 배우자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은퇴 가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용돈을 미리, 그것도  공개적으로 준비하겠다니 웬만하면 동의해줄 것이다.
 
만약 낌새를 느꼈더라도 모른척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묻지마’ 노후 비상금인 것이다. 지금 슬쩍 눈감아 준 비상금이 당장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미래엔 더 큰 가치로 돌아올 지 모를 일이어서다.  
 
부부 사이엔 비밀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세상은 그렇게 원칙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부부가 어항처럼 맑고 투명한 돈 관계를 유지하기란 진짜로 어렵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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