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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와대 정부 시대 … 대통령이 다 결정, 몸 남아날까

특별 대담
강원택 서울대 교수(오른쪽)와 정치학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18일 중앙SUNDAY에서 대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1년여 국정운영 방식이 ‘청와대 정부’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강원택 서울대 교수(오른쪽)와 정치학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18일 중앙SUNDAY에서 대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1년여 국정운영 방식이 ‘청와대 정부’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와대 정부’란 표현이 등장했다.
 
“현 정부는 아예 청와대 정부로 만들겠다고 작정했는데 청와대 비서실을 더 비대하게 운영하려고 한다.”
 
13일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이 한 말이 그 예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정부와 집권당이 압도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전 정부에도 반복되어온 측면이 있다. 일각에선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청와대 정부’란 용어까지 나온 배경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1년2개월여 국정 운영 방식이 ‘청와대 정부’였다는 것이다.
 
학계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진보 정치학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중앙SUNDAY가 만났다. 박 학교장은 『정치의 발견』, 최장집 교수와의 공저 『양손잡이 민주주의』 등으로 주목받은 데 이어 최근 『청와대 정부』란 저서도 냈다.
 
‘청와대 정부’란 문구까지 등장한 건 처음 같다.
▶박상훈 학교장=“없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당 중심으로 하고 총리나 장관이 책임지게 하겠다고 했던 공약과 달라지는 걸 보고 당황했다. 약속과 달리한다는 건 상당한 결심을 갖고 청와대 중심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 긍정적이지 않다.”

▶강원택 교수=“박근혜 정부에 국민이 분노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관련된 폐해, 권력 독점, 민정수석 중심의 국정운영 등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말했고 취임사에선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 책임 총리를 얘기했다. 이와 달리, 1년 동안 대통령과 청와대 중심으로 모든 힘이 몰렸다.”

▶박=“물론 이전 대통령도 중간쯤에 대통령 권력을 키웠다. 그런데 처음부터 청와대를 중심으로 일하겠다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민주화 이후 유독 청와대의 힘이 늘어난 게 노무현 대통령 때다. 당정 분리 정책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이 별로 다르지 않은 듯하다.”

▶박=“문 대통령은 당정 일체(一體)인데, (노 대통령이) 당내 소수파에서 벗어나려던 것이라면 (당내 다수파인 문 대통령은) 당내 이견을 통제하면서 일하겠다는 뜻 같다. 노 대통령과 당내 조건(다수·소수)도 목표(당정 일체·당정분리)도 다르지만 청와대 강화란 결과는 비슷하다.”

▶강=“적폐청산 등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것들, 미국·북한과의 접촉 등 최고 통치자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들, 이런 점에서 초기에 비서실이 활용된 건 이해할 측면이 있다. 근데 이게 이제 하나의 굳어진 통치로 가는 느낌이다. 그건 문제다. 경제 등에선 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차관급, 청와대 비서실에 있으면 안 돼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 최저임금제 등에서 논란이다. 청와대에선 해법 중 하나로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거론된다. 내각에 병렬적인 게 청와대 안에도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박=“장관의 역할이 없다.”

▶박=“정부조직법상 공식적인 부처의 역할은 내각이 갖는데 힘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갖게 되면 정부 안에 또 다른 (병렬적) 정부가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특징이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를 초기 디자인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집권 첫해엔 여러 일을 다독이고 개선해야 해 청와대나 대통령 중심이 되는 게 불가피하다. 2년차부터 공약대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기조가 계속될 것 같다.”

▶강=“현실적으로 이만큼 조직이 만들어졌으면 이걸 줄이거나 권한을 빼앗기 어렵다. 매우 제한된 형태의 어젠다, 북핵 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이외엔 정상적인 통치 스타일로 가야 하는데, 비상시에 있던 비상 시스템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지속한다.”

▶박=“장·차관급이 원래 비서실에 있으면 안 된다고 본다. 보좌진 역할로 제한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거다. 정부는 보통 조직보다 훨씬 큰 복합 조직이다. 조직 밖에서 최고 권력의 의지를 비공식적 혹은 법률에 기반을 두지 않은 방식으로 집행하게 되면 거대한 복합 구조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자기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의지 원천에 의존하게 된다. 청와대 행정관 이름은 알아야 하지만 장·차관 이름은 모르는 특별한 시대가 돼 버렸다.”

▶강=“제헌 헌법 때부터 만들어진 시스템은 협의하는 기구로서의 내각이었다. (수석회의를 통해) 대통령 뜻을 받들자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논의하고 정책이 나오니까 현실과 안 맞게 되는 것이다.”

▶박=“부처·내각·정당·사회 이해당사자들이 정책 형성과정에 들어오면 혼란을 줄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도 있는 듯하다. (청와대) 본인들이 정의감을 갖고 단호하게 지휘해야지, 국회 특권 집단, 무책임한 정치 엘리트와 관료들에게 맡길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1년간 온 게 아닐까 싶다.”
 
청와대 구성 자체가 다원성이 부족해 집단사고 편향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경제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기득권 구조에 매몰된 존재로서의 관료들을 바라보는 거 같다. 관료제가 일정 문제점을 갖는 건 분명하지만 결국 일을 집행하는 정책적 역량, 축적된 정보는 관료 집단 외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지금은 (관료들을) 윽박지르는 느낌이다.”

▶박=“청와대의 인적 구성의 편협함(‘서클화’)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진보 정부는 진보 특성 사람으로 채우는 게 아니라 중심 정책을 이끄는 힘에서 특징으로서의 진보를 대표해야지, 좁게 하면 안 된다. 사실 청와대가 권력을 줄이면 청와대의 집단편향성은 작게 나타날 수 있었다. 서클화의 특징이 있다. 비슷하게 생각하는 작은 정보만 들어오고 토론할 때 (기존 입장은) 강화된다. 흥미롭게도 보이지 않게 인사문제를 둘러싼 굉장한 권력투쟁도 시작된다. 대통령 입장에선 종합적으로 들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통령이 (기존 청와대 조직을) 자체를 못 믿게 되고 비선이나 친인척을 쓰게 된다.”
 
대통령이 과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장관이 안 보이고 역할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다 쥐고 있다는 건 대통령이 일일이 다 보고받고 결정해야 한다는 건데 몸이 남아나겠는가.”
 
 
민정수석이 입법·사법·행정까지 아울러서야
 
청와대 민정수석이 카메라 앞에 서는 일도 잦다.
▶박=“많이 걱정된다. DJ(김대중)의 뒤를 이었어야 했다고 본다. 집권 초 민정수석을 폐지했다. 2년 뒤 복원했지만 DJ 입장에선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환경이 아니지 않나. 이전 정부에서 우병우 수석이 상처를 많이 줬다. 또 (현 민정수석도)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더 열심히 찾으려는 건 자의적 권력 행사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대표적 진보주의 법을 말하던 분 아닌가. 이분이 다루는 의제가 대통령이 정부를 잘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을 뒷받침하는 거라면 그러겠거니 하는데 입법·사법·행정을 아우르는 걸 한다. 민정수석이 필요 없는 정부에서 민정수석 역할이 중요해지면 권위주의가 심화하는 것이다.”

▶강=“인사수석의 역할도 지적해야겠다. (국·과장 등) 직업공무원군에 속하는 직책까지도 들여다보게 됐다.”

▶박=“그러니 (장관의) 영이 안 서는 것이다. 청와대 눈치를 보겠나, 장관의 눈치를 보겠나. 인사 관련 권한이 청와대 집중되는 것에서부터 청와대 정부의 속성이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 정부’ 방식 때문에 과거와의 단절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입법을 통한 제도화엔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강=“제도적 측면을 만들어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회 통과, 즉 입법화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차적으로 집권당의 동의를, 그리곤 야당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지난번 개헌을 보니, 집권당과 얘기하지 않았던 거 같다. 지지도가 높고 야당이 지리멸렬하기에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통령 지지도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국민을 제일 잘 아는 건 당이다. 입법과 관련해서 당이 정말 중요한데 지금 당정 협의를 보면 정책화 과정에 당이 들어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박=“청와대 정부는 정책 구호는 빨리 결정된다. 하지만 입안·집행되는 과정에선 엄청나게 갈등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제도 (대선 후보) 5명 사이 큰 차이가 없었다. 최저임금제를 한 게 잘못이 아니고 그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갈등요소를 잘 조정하고 입법과정을 거쳤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
 
아무래도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박=“(대통령) 권위 현상의 중심은 인기가 아니다. 결정이든 영향력이든 반대편이나 잠재적 반대집단들이 수용하는, 동의하는 문제다. 촛불 집회를 문재인 지지자들로만 보니 여러 사람의 기반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다. (문 대통령은) 정의감 강조하는데 개혁 군주처럼 보일 수 있다. 여러 정당의 지도자, 정치인들과 일을 도모해 법도 만들고 리더십을 전환했으면 좋겠다. 부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불협화음 속에서도 사회 통합을 이끄는 정치지도자가 되면 좋겠다. 대통령이 다른 소리를 존중하지 않거나 청와대를 통해 자기 소리를 일방적으로 집행, 지휘하게 된다면 오케스트라는 계속 불협화음을 쏟아낼 거고 그걸 듣는 시민들은 괴로울 건데 대통령은 돌아서서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만 바라보면서 살 순 없는 것이다.”
 
허약한 야당이 청와대 정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박=“높은 지지도 때문에 당연히 인지했어야 할 경고음이 묻혔다.”

▶강=“야당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무기력하지 않을 것이다.”

▶박=“민주주의에서 최고의 정책은 야당에 대한 정책이다. 야당이 없어졌으면 하는 정책을 하면 안 된다. 지금 정부도 1년 전엔 야당이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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