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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보물선 담보 코인...스캠의 끝판왕?

‘원피스는 존재한다?(신일그룹 보물선 사건 정리)’
 
20일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원피스>는 일본 만화 역사상 처음으로 누계 발행부수 4억 부를 돌파한 만화다. 가장 많이 발행된 단일 작가의 단일 만화 시리즈로 2014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표면의 대부분이 바다인 행성이 배경으로, 대비보(大秘寶, 큰 비밀이 있는 보물) ‘원피스’를 두고 열린 대해적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나무위키에 나온 설명이다).

 
‘실사판 원피스’가 화제다. 신일그룹은 지난 14일 울릉군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 전쟁에 참전했던 러시아 철갑순양함이다. 일본군의 공격에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가 러시아의 거북선으로 불린다며 배 자체의 가치로만 10조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또한 배에는 200톤의 금괴와 금화 5500상자가 실려 있어, 15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일그룹은 오는 25~26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두 번째 사실과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한다(실제 이날 ‘뭔가’ 공개가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해양수산부는 20일 신일그룹이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돈스코이호 발굴을 위한 매장물 발굴승인 신청을 했지만 접수하지 않고 보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구비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출처: 신일그룹

출처: 신일그룹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관심은 보물선 그 자체보다 신일그룹이 보물선에 실린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다는 코인이다. 일명, 신일골드코인(SGC).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150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의 ICO가 ICO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블록체인으로 구현한 보물선 신화의 탄생이다.

 
◇300억 규모 돈스코이호 영화 만든다?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의 보물이 실려 있는지, 이 사업을 진행하는 신일그룹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뜯어보고 싶은 것은 보물선을 기반으로 발행한다는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의 정체다. 언론을 통해서는 최근 알려졌지만, 나름 업계(?)에서는 유명한 모양이다.

 
두 달 전 블록체인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팀잇에 ‘돈스코이호 보물선 신일골드코인 무료 에어드랍(영화제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필자(아이디 hukyong74)는 “사기가 아닌 것 같다”며 신일골드코인을 홍보했다. 이 글에 따르면 돈스코이호 보물선 관련해 책이 출간됐고, 배우 문근영이 주연했던 2004년 영화 <어린 신부>의 김호준 감독과 <돈스코이호(가제)> 연출을 협의 중에 있다고 한다. 이미 신일그룹 대표가 지난 5월 21일 엘지엠씨엔씨(영화 제작사로 추정된다)와 300억 규모의 영화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출처: 스팀잇

출처: 스팀잇

 
백서는 7월 30일 공개한다고 한다. 코인을 에어드랍(마케팅 목적으로 무료로 코인을 배포하는 행위)한다면서 아직까지 백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백서 공개는 울릉도 베이스캠프에서 이뤄진다. 깃허브(세계 최대 오픈소스 저장소)나 홈페이지 등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백서(white paper)’가 우리가 흔히 아는 암호화폐의 기본 원리가 담긴 그 백서가 맞나 의심스럽다.

 
상장 일정도 나와 있다. 오는 9월 말 전세계 최초로 자신들이 만든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에 상장된다고 한다. 신일그룹의 주장에 따르면, 회원이 한국과 중국에 각각 50만 명이 있다. 추가 상장 계획도 있다. 연말부터는 글로벌 거래소 10여 곳에 순차적으로 상장된다고 한다.

 
◇로고가 비트코인골드 짝퉁?

신일골드코인 공식 홈페이지(http://www.shinilgoldcoin.com)에 접속했다. 코인의 목적이 ‘SNS 전파, 추천을 통한 전 세계 연결’이란다.  
출처: 신일그룹

출처: 신일그룹

 
더 자세한 설명도 있다.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한 SNS 전파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환경을 통하여 탈중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SNS 전파 네트워크와 블록체인을 활용한 추천인 암호화폐 자동지급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전세계 연결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갑니다.’

 
소위 암호화폐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SNS’ ‘블록체인’ ‘탈중앙화’ ‘네트워크’ ‘암호화폐’ 등의 단어가 등장하지만, 사업 목적을 이해하기 어렵다. 백서 아이콘을 클릭했지만 ‘준비 중’이라는 팝업창만 뜬다. 홈페이지 가운데에는 최대 20만 명 가운데 12만1628명(20일 오후 9시 현재)이 참여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그런데 신일골드코인의 로고가 어쩐지 낯익다. 채굴의 탈중앙화를 꿈꾸며 지난해 10월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된 비트코인골드(BCG)와 닮았다(정작 비트코인골드 공식 홈페이지에는 업그레이드 작업 때문인지 옛날 로고가 사라졌다).

신일골드코인(왼쪽), 비트코인골드(오른쪽) 출처: 각 홈페이지

신일골드코인(왼쪽), 비트코인골드(오른쪽) 출처: 각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15일자로 ‘신일골드코인 회사보유분 3차 프라이빗세일 안내(200원짜리를 120원에 드림, 인센티브 50% 지급. 기한: 7월 16일~7월 20일 오후 5시까지)’라는 글이 게시돼 있다. 판매 방식을 뜯어보면 전형적인 다단계 판매 방식이다.

 
홈페이지에서 1차와 2차 판매 안내글을 찾지 못했다. 구글링을 통해 신일그룹 회장 블로그(https://blog.naver.com/lolioio)를 알아냈다. 블로그 공지에 따르면, 2차 프라이빗세일은 6월 26일부터 7월 13일 오후 5시까지 이뤄졌다. 1000만 개를 100원에 판매했다. 원래 가격은 200원인데 반값이 파는 것이고, 반드시 ‘돈스코이호의 귀향’ 책을 사전 구매해야만 구입을 신청할 수 있단다. 최소 참여 금액은 이더리움 1개 혹은 100만원, 최대는 이더리움 100개 혹은 5000만원이다.

 
이보다 앞서 1차 세일은 6월 11일부터 25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3000만 개를 개당 50원에 팔았다. 특이한 점은 원래 가격은 100원인데 50원에 특별 판매한다고 한다. 1차에서 2차 세일로 넘어가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코인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제가 본 스캠 중 원탑입니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으로 발행됐는지 이더스캔을 통해 확인했다. 코인 코드인 SCG 등 가능한 단어를 넣어봤지만 확인이 되지 않았다.

 
신일골드코인이 최초로 상장될 예정인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http://donskoi.kr)를 찾아봤다. ‘거래서비스’ 항목을 클릭하면 신일골드코인과 관련된 가격 그래프 등 정보가 나온다. 
출처: 신일그룹

출처: 신일그룹

 
눈에 띄는 건 시가총액이다. 150조원이다. 비트코인을 능가한다. 가격그래프가 나와 있는데 상장도 안 된 코인의 가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의문이다. 또 좌측 상단에는 ‘2018.09.30 기준’이라고 표시돼 있다. 오는 9월 30일 상장한다는 의미 같은데, 전일 가격은 1만원, 고가는 10만원, 거래량 150만 등으로 표시가 돼 있다. 게다가 그래프 상에는 현재 가격이 8만4000원으로 표시돼 있다. 장중 고가라고 해 봐야 9만원에 못 미치게 나와 있다.

 
회장 블로그를 둘러보다 재미난 사진도 발견했다. 신일그룹이 한국언론사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또, 블록체인마케팅연합회와도 협약서를 체결했다. 그런데 두 곳의 회장이 같은 사람이다(참고로 한국언론사연합회는 ‘듣보잡’ 단체다. 언론 관련 단체로는 한국방송협회ㆍ한국신문협회ㆍ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있다).

출처: 신일그룹 회장 블로그

출처: 신일그룹 회장 블로그

 
거래소가 위치한다는 싱가포르 주소를 찾아봤다. 해당 주소(10 Anson Road # 18-08 International Plaza Singapore 079903)로 검색했더니 ‘아토즈 싱가포르 컨설팅’이라는 한국인이 이사인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가 나왔다.

 
아예 해당 건물 전체 홈페이지(https://www.internationalplaza.sg/directory)에 접속해 18층 8호실에 입주한 업체를 찾아봤다. 층별 안내도에서 18층 8호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최근 들어 본 사기꾼들 중에서 가장 대담하고 멍청한 사람들”(스팀잇, 아이디 l-s-h), “제가 본 스캠 중 원탑입니다”(호재박스, 아이디 정전맨) 등의 비아냥이 넘쳤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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