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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천하통일…中신용카드 치명적 약점을 파고들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아니다. 그곳에서 모든 길은 오로지 'QR'코드로 통한다.
중국 결제시장 얘기다. 중국에서는 어디 가든 스마트폰의 앱을 열고 QR코드를 한번 스캔해주는 것으로 결제가 끝난다. 고급 호텔에서 저자거리의 좌판까지 QR코드가 결제의 방정식을 바꿨다. 그들은 그렇게 '현금 없는 사회'를 실현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페이 천하통일'을 이루겠다는 애플이 난감해졌다. 중국의 웬만한 소매점에선 애플페이로 결제하기가 어렵다. 애플페이로 결제하려면 상점측에선 아이폰에 내장된 모바일 결제기능을 인식하는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 비용 면에서도, 관리의 불편함 때문에서라도 상점측에선 애플페이는 안받겠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최근 카메라에 QR코드를 읽는 기능이 탑재된  ‘iOS11’을 공개했다. 콧대 높은 애플이 애플페이의 영토를 잠식할 것이 뻔한 QR코드 인식 기능을 수용한 것이다.  
 
왜냐고?
이유는 하나, 중국의 결제 시장 현실이 애플의 기대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의 모바일 결제 시장 점유율이 93%에 달하기 때문이다. 쓰지도 않는 애플페이를 위해 귀찮게 장비를 갖출 사업자는 없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죽었다 깨어나도 시장은 못 이긴다!
QR코드는 14억 인구의 중국 소비·금융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건수는 257억1000만건. 전년 대비 85% 초고속 성장했다. 안전성은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나 삼성페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종종 보안 사고가 나곤한다. 
 
하지만 QR코드를 쓰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소액 결제시장의 93%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시장에선 편리함과 속도는 핵심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콧대 높은 은행·카드 연합체, 은련도 QR코드 결제 시장에 뛰어들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60억 가입자 기반이 최종병기다.    
중국은 어떻게 QR코드의 용광로가 된 걸까?
QR코드는 1994년 일본에서 개발됐다. 토요다 자동차의 부품 자회사인 덴소 웨이브가 재고 관리를 위해 개발했지만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공장을 벗어나 홍보 마케팅 영역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덴소 웨이브는 특허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계화의 시작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QR코드의 대중화는 중국이 주도했다. 위챗의 텐센트가 QR코드에 담긴 상업적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중국에선 위조지폐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신용카드는 발급받기도 어렵고 분실했을 경우 부담이 커 불편한 결제 수단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국에서 신용카드를 쓰려면 비밀번호를 매번 입력해야 한다. 또 전표가 인쇄될 때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전표에 중국어가 입력돼야 하기 때문에 영어나 한글보다 더 오래 시간이 걸린다. 속도 경쟁력에서 QR코드에 뒤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중국적 현실에 당국의 규제 유보 정책이 맞물리면서 신용카드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핀테크 기반의 QR코드 결제가 꽃을 피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명호 BC카드 상하이 법인장은 QR코드야말로 역발상의 대명사라고 추켜세운다.  

 
신용카드 업계의 숙원이 소액결제시장 진출이었다. 상업 문화가 저변에 깔린 중국에서 소액결제시장은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영세한 업장으로선 비용이 발생하는 카드 결제 단말기가 부담이었고 특히 길거리 소매 업장에선 전기를 끌어올 수 없어 카드결제가 어렵다. 그동안 숱하게 연구를 했지만 이 시장은 그림의 떡이었는데, 이를 QR코드가 한방에 해결한 것이다.”
 
인터넷 기업들의 시장 침투 전략은 신용카드사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 법인장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인터넷 기업이 QR코드 결제 서비스로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파생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고객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와 연결하는 것이다. 영화관이든 맛집이든 그들은 고객의 빅데이터를 갖고 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게다가 수도·전기료 납부도 대행한다. 납부 규모 뿐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납부하는지 등을 통해 고객의 재산 상황과 신용도를 평가하는 기초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에 비해 훨씬 세세한 정보를 갖고 대출 사업도 할 수 있는 것이다.
 
QR코드 혁명은 단순히 결제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QR코드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자전거에 이어 자동차ㆍ세탁기ㆍ노래방으로 공유경제가 급팽창하고 있다. QR코드가 공유경제를 추동하는 인프라가 된 것이다.
 
휴대폰 매장에서 가장 저렴한 중국 국산폰을 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항저우 취재길, QR코드의 위력을 보고 싶었다. 위챗(SNS)에 가입하고 중국인 직원의 계좌에 얼마간의 위안화를 입금한 뒤 연결 계좌로 등록했다. 세상이 달라보였다. QR코드로 결제가 안되는 곳은 없었다. 
 
포장마차 같은 좌판에서 국수를 먹거나 신문을 사면서 눈에 띈 마우스의 건전지를 살 때도 일사천리였다. 편리했고 결제 처리에 드는 시간도 한국에서 모바일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다만 몇 초라도 빨랐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식당에선 QR코드를 스캔하면 식당의 메뉴판을 보여주는 앱으로 이동한다. 메뉴를 정하고 수량을 입력하면 주방에선 주문을 받아 음식을 내보낸다. 불특정 다수의 요구를 중간 전달자인 홀 서빙 인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주방에 전달되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오차를 상당히 줄여줄 수 있다.  

 
계산대 앞의 위챗페이,알리페이 QR코드. 앱을 실행한 뒤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가 끝난다. 
 
QR코드 결제는 공유경제의 촉진제가 되고 있다. 
갑작스런 소나기로 교통체증이 생기자 필자와 인터뷰 약속에 늦을 것을 우려한 60대의 노신사는 발이 묶인 택시에서 내렸다. 도로변 자전거 스탠드에서 공유 자전거로 바꿔타고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핸드폰을 꺼내 자전거 안장 뒤의 QR코드를 스캔하고 지하철까지 800m를 달렸다고 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하철에서도 QR코드를 스캔하면 지불 끝이다. 이렇게 QR코드는 일상의 공간에서 공유의 영역을 개척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 공유시킬지 모를 일이다.  

 
항저우 고속철역에서도 QR코드가 몰고온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은 사회문제의 발화점이 인구에서 아니 더 정확히는 인구압에서 발생한다. 
사람이 많다보니 어딜 가든 기다려야 하고 무엇을 사든 줄을 서야하고 기다려야 한다. “덩이샤(等一下ㆍ일단 기다리세요)”라는 말은 너무도 흔하다. 그러나 사람이 산처럼, 바다처럼 몰리는 항저우 고속철역은 달랐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자동발매소를 이용했다.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현장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매표소 창구에 줄을 서고 있었다. 예전에 비해 줄 자체가 길지 않았고 동전 하나하나 세느라 한 사람당 소요됐던 적잖은 시간이 QR코드로 재빨리 결제됐다. 줄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열차 시간이 임박해 사정이 급한 사람이 양해를 구하며 새치기를 청하는 모습도 예전에는 좀체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내내 줄서고 있던 사람들의 심정은  ‘서로 기다리느라 힘든 건 마찬가진데 뭘 믿고 앞자리를 내준단 말인가’ 일텐데. 이런 상황에서 청해봤자 통하지도 않고 짜증이 섞인 목소리만 높아질 뿐이었다. 
 
하지만 아이 손을 쥔 40대 농민공은 그러시라는 표정으로 자리를 내주는 게 아닌가.  

 
배려를 청하는 그 여행객의 행동도 예전과 다른 의식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QR코드가 몰고온 속도혁명은 인구압이 초래한 중국인의 습속마저 바꾸고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중국 읽기의 관전 포인트다.  

 
상하이ㆍ항저우=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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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