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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사업자로 뛰겠다는 정부 … 40조 시장 ‘숟가락 얹기’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 [뉴스1]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 [뉴스1]

연간 40조원 규모로 큰 국내 간편결제(페이) 시장에 정부와 여당이 신규 사업자로 직접 뛰어들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 주도의 비즈니스가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것은 물론, 경쟁력이 있더라도 수년간 국내 기업들이 구축해온 간편 결제 시장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카드 수수료가 없는 모바일 간편결제 ‘제로페이’를 연말까지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주도해서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여러 모바일 간편결제와 각종 페이 서비스를 중앙 정부 컨트롤타워에서 통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직접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은 6·13 지방선거 후 서울·인천·경남·전남·고양 등 당 출신의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하나같이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게 계기가 됐다. 지자체들은 간편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소상공인들이 중심인 지역 경제도 살리고,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구상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은 소비자가 간편결제를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여기에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코드 등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처럼 카드사와 카드 결제 단말기를 관리하는 밴(VAN)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사업자가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결제 수수료가 0.8%에서 0%로, 매출 3억~5억원 규모의 사업자는 수수료가 1.3%에서 0.3%로, 5억원 초과 사업자는 2.5%에서 0.5%로 줄일 수 있다고 정부는 예상한다. 또 ‘제로페이’를 쓰는 이용자들은 결제 금액 일부에 대해 소득 공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기술 표준을 마련하고 올해 안에 ‘제로페이’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출시하는 제로페이가 삼성페이·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민간의 간편결제 시스템과 경쟁해 성공할 수 있느냐다.
 
삼성페이는 최근 누적 결제 금액 20조원을 돌파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2000만명이 넘는 결제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수년에 걸쳐 구축한 사업 기반을 정부가 단시일 내에 갖추기 힘들뿐더러 경쟁력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편의점에서도 쓸 수 있는 ‘티머니’ 충전 카드도 그렇고 충전식 선불 시스템이 국내에서 자리잡은 적이 없다”며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제휴·할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민간 간편 결제 서비스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어려워보인다는 것이다. 나랏돈만 쏟아붓고 헛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결제 시스템 구축과 마케팅 비용으로 쓰려고 했던 돈만 150억원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는 “세금을 들여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 정부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게 유도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경쟁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간 결제 기업 관계자는 “최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는 지자체에서 협업하자는 연락이 왔다”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지자체가 강력히 원해 응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의 서비스에 숟가락을 얻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위챗페이·알리페이 등이 보편화한 중국 사례를 참고한다지만 중국과 국내 결제 서비스 시장은 판이하게 환경이 다르다”며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목적만 강조해서는 정부가 만든 서비스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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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