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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보이’ 대신 ‘마린 걸’ 안세현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자 박태환' 안세현. 여자 접영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최정동 기자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자 박태환' 안세현. 여자 접영 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최정동 기자

 
‘마린 보이’ 박태환(29·인천시청)은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다음 달 18일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는다. 이번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은 그냥 남의 집 잔치처럼 구경만 해야 할까. 아니다. ‘여자 박태환’ 안세현(23·SK텔레콤)이 있다.
 
안세현은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100m와 200m 두 종목에서 한국신기록을 세 차례나 작성했다. 순위도 접영 100m에서 5위, 200m에서 4위였다. 한국 여자 수영선수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이다. 안세현은 그 여세를 몰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노린다. 안세현은 4년 전인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혼계영 400m 은메달 1개를 땄다.
 
안세현. 최정동 기자

안세현. 최정동 기자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여자 수영 선수는 세 명이다. 1982 뉴델리 대회 3관왕(배영 100, 200m, 개인혼영 200m), 86 서울 대회 2관왕(배영 100, 200m)을 차지한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98 방콕 대회의 조희연(접영 200m), 그리고 2010 광저우 대회의 정다래(평영 200m) 등이다.
 
안세현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주 종목인 접영 100, 200m 외에도 접영 50m까지, 개인전 3종목에 출전한다. 여기에 단체전인 여자 혼계영 400m와 혼성 혼계영 400m에도 출전하는 등 모두 5종목에 나선다.
 
안세현. 최정동 기자

안세현. 최정동 기자

 
초등학교(울산 삼신초) 2학년 때 수영을 시작한 안세현은 여자 접영 국내 최강자로 성장했다. 특히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직후부터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았다. 또 호주에서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 후원사도, 스승도 모두 박태환이 했던 그대로다. 체계적인 훈련과 후원 덕분에 기량도 급성장했다.
 
지난해 9월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 홍보대사 임명식에서 홍보대사로 선정된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오른쪽)과 안세현(왼쪽)이 조직위원장인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에게 위촉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 홍보대사 임명식에서 홍보대사로 선정된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오른쪽)과 안세현(왼쪽)이 조직위원장인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에게 위촉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현은 “가족이나 친척 중에 수영은커녕 운동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취미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엘리트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안세현에게는 본인도 모르는 ‘수영에 유리한 유전자’가 있다. 바로 ‘원숭이 팔’이다. 양팔을 벌린 길이는 1m75㎝다. 키(1m68㎝)보다도 7㎝가 더 길다. 그를 개인지도 하는 임재엽 코치는 “물속에선 팔이 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서 팔이 길면 물속에서 더 빨리 나갈 수 있다. 다리가 긴 육상 선수가 짧은 선수보다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안세현은 원래 접영뿐만 아니라 자유형도 잘했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접영 쪽이다. 그에게 이유를 묻자 “대회에 나가면 접영은 1등, 자유형은 2등이었다. 코치님이 ‘1등 하는 것만 하자’고 해서 접영으로 특화했다”고 대답했다. 사실 접영은 수영 영법 중 마지막에 배우는, 난도가 가장 높은 영법이다. 수면 위에서 나비가 날갯짓 하는 것처럼 양팔을 옆으로 올리는데, 팔을 올리고 내리는 박자를 잘 맞춰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안세현은 “접영의 박자감이 내 몸에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어린 시절 훈련을 너무 많이 해 장이 꼬여 응급실에 가곤 했다. 안세현도 혹독하게 훈련한 나머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고생하곤 했다. 그는 “중학생 때 심했는데, 훈련 후 몸에 심하게 열이 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두드러기가 났다. 사춘기이다 보니 두드러기 난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강도 높은 훈련이 몸에 익숙해지면서 두드러기도 점점 사라졌다”고 말했다.
 
안세현. 최정동 기자

안세현. 최정동 기자

 
그렇게 힘들어도 운동선수로서 안세현의 꿈은 크지 않았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국내에서 매번 1등을 하니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으면서 해외에 나가 훈련하고 국제 대회에도 출전하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세현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목표를 물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개인 세 종목 전부 금메달”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지구력이 좋아 접영 200m가 주 종목인 안세현에게 접영 50m는 좀 어려운 종목이다. 혹시 의욕만 앞서는 게 아닐까. 그래서 다시 한번 “정말 가능한지” 물었다. 그는 목소리를 한 톤 높여 “목표는 크게 잡아야죠”라고 말했다. 현재 호주에서 훈련 중인 안세현은 다음 달 개막 직전 대회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넘어가 마무리 적응 훈련을 할 예정이다.
 
‘마린 걸’ 안세현
▶생년월일 : 1995년 10월 14일
▶주종목 : 접영 200m
▶체격 : 키 1m68㎝, 몸무게 56㎏, 발 사이즈 235㎜
▶한국신기록 : 접영 50m(26초30)
100m(57초07)
200m(2분06초67)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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