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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규제혁파 주문 5년째, 무력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기업들, 북에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규제 혁파는 (정부에) 5년째 같은 주문을 반복하다 이제는 무력감을 느낄 정도다.”
 

상의 회장, 경제 현안에 쓴소리
정부 일자리 창출 외치며 규제 손놔
최저임금도 다양한 해결책 아쉬워
기업, 북한에 깃발만 꽂는다고 되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정부와 기업을 향해 두루 쓴소리를 쏟아냈다. 18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제43회 제주포럼 개막일, 박 회장은 개막식에 앞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규제 혁파, 남북 경협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최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에 대해선 “돌이켜보니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는) 방법론이 다양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했을 때 그 정책이 어디서 왔는지를 봤다. ‘소비 양극화, 상대적 빈곤층의 급증, 저임금 근로자 비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대’라는 세 가지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문제의식에 동의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계기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다 직접적인 분배 정책을 과감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재원이 다르지만, 경제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직접적인 분배 정책을 과감히 쓰면 한계소비성향(증가한 소득 중에서 소비에 투입된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줘 최저임금(인상)과 같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재정상태가 나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입법부에서 협조를 해줘 지출을 늘리면 그만큼 효과는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저임금층의 소득 증대라는 문제를 기업에 임금 부담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복지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박 회장은 남북 경협에 관해서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남한에 대해서만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것”이라며 “한국 만큼이나 중국·일본 등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기회를 더 잡으려면 북한에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민관협의체가 있으면 제도에 대한 연구, 시장경제를 위한 준비를 함께 할 수 있다”며 “같은 언어를 쓰는 남측이 지원하고 2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한상의는 조선상업회의소와 함께 일한 경험 있어 (민간 차원에서 경협을 진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런 생각을 아직 정부에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문제에 대해선 모두 규제 혁파를 해법으로 꼽았다. 그는 “사전 규제를 사후 규제로 바꾸자는 주문을 5년째 되풀이하고 있다”며 “고용 유연성 등의 문제로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서 더는 사람을 안 뽑겠다는데 아들이 그 회사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규제 혁신이 없으면 기업이 일을 벌일 수 없고,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취업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일자리 같은 쉬운 정책, 쉬운 고용이 아니라 어려운 결단을 해야 근본적으로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기업 심리를 위축시키는 입법에 대해서는 속도를 조절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결국 기업이 큰 역할을 한다”며 “경기가 지금처럼 장기적 하향곡선에 들어서면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경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정책은 사익 편취나 하청업체 조이기 같은 병폐를 막겠다는 것이지만 모든 것을 법으로 규율할 수는 없다”며 “외과적 수술만이 해법이 아니라 운동 처방이나 약 처방처럼, 정부는 규범을 선진적으로 만들고 기업은 이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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