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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의’의 대북 군사 조치들 속도 조절해야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전 국방부 정책실장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전 국방부 정책실장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국가 차원의 전시 대응태세를 총괄적으로 점검하는 올해 을지연습도 중단한다고 한다. 국방부는 ‘북한이 선의에 따라 생산적인 협의를 지속한다면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렵사리 찾아온 평화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어떻게 해서든 평화 분위기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취하고 있는 최근 행태는 한국 정부의 희망적 사고에 근거한 대북 선제적 조치들이 적절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아직 비핵화의 초입에 들어서지도 못했는데 한·미 동맹의 핵심인 군사연습 중단 등 일련의 조치들이 북한에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우리에게는 안보의 근간을 해치는 자충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회담 결과를 보면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고, 북한 비핵화의 앞날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해 엇박자가 났다기보다 비핵화에 대한 서로의 방법론이 근본적으로 상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협상의 험로를 예고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출발하고 불과 몇 시간도 채 안 돼 북한 외무성은 “미국 측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격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원초적인 의구심이 들고, 북한의 전략적 셈법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비핵화의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놓은 채 유해 송환과 같은 부수적인 문제로 생색을 내고, 평화체제 구축을 명분으로 종전선언을 가속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형해화(形骸化)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작 비핵화의 방법론에 관해서는 단계적 동시 행동 조치를 주장하며 시간을 끌다가 일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ICBM)을 상징적으로 폐기한 후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시론 7/19

시론 7/19

이런 불명확한 상황에서 연합훈련은 물론이고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체계)를 비롯한 군사력 건설이 줄줄이 중단되거나 연기될 조짐이다. 게다가 우리 군의 핵심 전력의 후방철수를 포함한 군축 방안까지 내부 조정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비핵화의 진도를 봐가며 조치를 해도 늦지 않은 문제인데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서두른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쯤 해서 현재 상황을 재평가해 소위 ‘선의의 조치’들에 대한 일부 속도 조절도 필요하고,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신중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수도권 방어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 조치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를 무력화시키는 한·미 연합 자산이나 기계화부대의 후방 철수는 군사대비태세에 치명적이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겨우 본격적인 전력을 갖추기 시작한 3축 체계를 미루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당장은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지만 조금 멀리 보면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도 필요한 만큼 결코 멈출 수 없다. 오히려 투자 규모를 늘려 첨단 무기체계를 지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우리 측은 대화의 동력을 이어갈 성의를 보일 만큼 보였다. 첨단 기법을 활용한 전쟁 연습은 한·미 연합군의 전투력 창출의 원동력이자 최고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한국군을 선진 정예군으로 이끄는 첩경이다. 특히 미군은 세계적으로 발전시킨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한반도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군은 연합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최상의 전략과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전쟁연습을 지켜본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 점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새롭게 한국 정부와 군이 독자적으로 ‘을지태극 연습’을 실시하는 모델을 발전시킨다고 한다. 한국 방위의 골간은 한·미 동맹을 통한 한·미 연합방위체제이며, 그 핵심은 한·미 연합군사령부다. 이제 연합사는 천덕꾸러기가 아닐 진대 어디에서 누구와 훈련을 해야 하나. ‘선의의 조치’도 북한 비핵화의 진척 상황을 봐가며 새 길을 모색해야 우리의 안보태세와 한·미 동맹 훼손의 위험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전 국방부 정책실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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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