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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려금 확대, 최저임금 속도조절 예고?

정부가 결국 근로장려금(EITC) 확대 카드를 꺼냈다. 최저임금 정책의 수정을 예고하는 조치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려 대상인 소득분배 기능을 EITC가 흡수하기 때문이다. EITC는 대표적인 빈곤 정책이다. 저소득 가구에 대해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생계를 꾸리기에 부족한 돈을 채워주는 방식이어서다. 그래서 ‘마이너스 소득세’라고 불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00년대 들어 줄곧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며 EITC 확대를 한국에 권고해 왔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그래서 수혜자의 63%가 중산층이다. 그러나 EITC는 가구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이 유지되도록 지원한다. 빈곤 가구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해야 한다.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로 ‘일 친화형 복지제도’인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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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TC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크게 완화됐다. 재산기준은 ‘1억4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상향조정됐다. 단독가구의 경우 ‘30세 미만’이던 연령제한도 없앴다. 현재 연소득 1300만원 미만 단독가구가 받던 최대 85만원의 장려금이 내년부터는 2000만원 미만이면 연 최대 150만원으로 오른다. 홑벌이 가구는 올해 2100만원 미만일 경우 200만원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3000만원 미만이면 260만원까지 받는다. 맞벌이가구도 올해 2500만원 미만일 경우 250만원이던 지원금이 3600만원 미만이면 300만원을 보조받는다. 이런 혜택을 받는 대상은 334만 가구다. 2016년 통계청 기준 1936만 가구의 17.3%다.
 
EITC 확대는 지난해 급부상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과 맞물려서다.
 
여당이 더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10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16.4%를 올릴 수 없지 않느냐”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관련해 근로장려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최저임금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며 “최저임금을 완만한 상승세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근로장려금 제도 보완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촉구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이내 소득주도성장론에 묻혔다. 3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제도로 빈곤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 돈 뿌리기에 기댔던 셈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이 올 들어 고용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로선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와중에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10.9%나 올렸다. 경제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보던 정부로선 대형 폭탄을 맞은 셈이다. 결국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EITC밖에 없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명분인 소득분배분(4.9%)을 EITC가 흡수하면 인상 속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EITC가 확대된 이상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최저임금을 올릴 만큼 다 올린 상황에서 EITC를 도입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래서 향후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재심의가 진행된다면 최저임금이 조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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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