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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하반기에도 성장 전략 없이 재정만 풀겠다는 것인가

정부가 1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내놓으며 올 성장과 고용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 경제성장률은 3.0%에서 2.9%로, 신규 고용은 3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각각 낮췄다. 날로 악화하는 고용 여건과 경제 상황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 기조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소득 하위 20% 노인의 기초연금을 예정보다 2년 앞당겨 30만원으로 인상하고 근로장려금(EITC) 지원 요건을 크게 완화해 334만 가구에 3조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드러났듯 재정 여력을 거의 전부 가계 소득 확대에 쏟아부을 태세다.
 
반면 이를 뒷받침할 ‘혁신 성장’ 전략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될 만큼 민망한 수준이다. 다음달 안에 시장·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핵심 규제를 선정·발표하기로 했지만 실행 대책이 아닌 단순 ‘리스트’ 성격에 그칠 전망이다. 미래 신산업·신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대폭 확대는 정부가 경기 둔화 때마다 단골로 내놓던 카드다.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은 편법 추가경정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물론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는 건 시대적 당위다. 정책 효과는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는 후행성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소득이 성장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성장이 소득을 이끄는 게 경제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면서 일자리 성장,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라는 ‘4바퀴 성장론’을 공약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온통 ‘소득주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이 이를 감당하기 힘들면 최저임금 인상에서 보듯 재정을 퍼부어 뒷받침한다. 실제로 부담을 감당해야 할 기업의 어려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방에서 보여야 할 종합적인 비전과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정책 조합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주체는 의욕을 상실하고, 소득주도 성장의 열매가 맺히기 전에 국가 재정이 결딴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기우로 들리지 않는다.
 
이미 ‘경방 무용론’이 제기된 게 여러 해 전이다. 경방은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산물이다. 시장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국가 주도로 개발을 할 수밖에 없던 시절의 유산이다. 시대에 따라 국가의 역할이 ‘선수’에서 ‘심판’으로 바뀌면서 경방의 취지가 빛바랜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매해 ‘3% 성장’에 급급해 전략이 아닌 꼼수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방도 장기적인 국가 발전 전략이 아닌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될 조짐이 보인다. 이런 종합선물세트식 경방이라면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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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