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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 얼마면 돼, 10조원?” 계산기 두드리는 일본

“얼마를 생각하느냐. 6000억엔(약 6조원)에서 1조엔(약 10조원) 정도면 되는 건가.”
 
지난 6월 27일 일본 야당 입헌민주당 소속 오사카 세이지(逢坂誠二)의원이 정부에 보낸 ‘대북 경제지원 관련 질문주의서’의 일부다. 납치문제 등이 잘 해결돼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협상이 진전될 경우 도대체 얼마를 경제지원 명목으로 줄 것인가를 물었다.
 
일본에선 의원이 ‘질문주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보내면 총리가 답변서를 각의(우리의 국무회의에 해당)에서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 이런 공식적인 절차에 대북 경제지원금 액수가 등장한 건 이례적이다.
 
오사카 의원은 질문서에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 때는 3억 달러 상당의 생산물과 용역의 무상제공, 2억 달러의 유상(차관)제공, 3억 달러 이상의 민간 차관을 약속해 모두 11억 달러 정도였다. 당시 한국 국가예산이 3억5000만 달러였으니 예산의 3배가 넘는 원조를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예산 규모가 불분명하지만 전문가들이 대략 2000~3000억엔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니 한국의 경우에 적용하면 약 6000억엔~1조엔 규모가 된다”는 논리를 폈다.
 
오사카 의원의 계산이 물론 정확한 건 아니다. 65년 청구권 협정에서 결정된 ‘무상 3억 달러+유상 2억 달러+민간 차관 3억 달러 이상, 합계 8억 달러’와는 금액면에서 차이가 있고, 북한의 예산도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했지만 어쨋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경제 지원 규모를 계산해 정부에 물었다. 이에 아베 총리는 8일 각의에서 결정한 답변서에 “자세하게 언급하면 향후 협상 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대북지원 규모와 관련돼 가장 널리 회자되는 숫자는 ‘1조엔’이다. 일본 언론들도 “65년 한국과의 협상을 기초로 계산하면 총액이 1조엔 정도”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이 1조엔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북·일 평양선언과도 관련이 있다.
 
선언엔 “국교정상화 뒤 쌍방이 적절한 기간에 걸쳐 무상자금협력, 저금리 장기차관제공과 국제협력은행 등의 융자 등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본에선 “사실은 일본이 1조엔 규모의 자금을 제공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또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펴낸  『3층 서기실의 암호』에도 비슷한 정황이 담겨있다.
 
2002년 김정일의 최측근 외교 참모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식민지 통치 피해에 대해 경제협력 방식의 보상을 일본이 약속했다. 최소 100억 달러(약 1조엔)는 들어올 것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요구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 북한리서치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북한의 요구가 200억 달러(약 20조엔)수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고, 로이터통신도 최근 “3~4조엔 , 아니면 5조엔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관계 소식통의 발언을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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