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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년 만에 빛도 보기 전 증시 먼저 흔든 '150조 보물선'

신일그룹이 홍보영상을 통해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 신일 측은 15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신일그룹]

신일그룹이 홍보영상을 통해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 신일 측은 15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신일그룹]

 
울릉도 보물선이 서울 증시를 흔들었다. 금융당국은 ‘주의’ 경고등을 켰다. 신일그룹이라는 이름의 신생기업이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이른바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 이틀 새 일어난 일이다. 
 
신일그룹이 금화와 금괴 500상자 등 150조원 규모의 보물이 실려있다고 알려진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찾아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닥 상장업체인 제일제강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제일제강 주가는 18일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6.25% 하락한 3900원에 마감했다. 전날 가격 제한폭(30%)까지 올랐다가 하루 만에 곤두박질한 것이다. 이날도 장 초반엔 상한가로 직행하며 5400원까지 급등했다.  
 
이 회사 주가가 요동친 건 인수·합병(M&A) 계약서 때문이다. 지난 5일 제일제강은 “최대주주 최준석 씨 외 1인이 최용석·류상미 씨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대주주인 최 씨 등이 지분 17.34%(451만여 주)를 185억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류 씨 등은 계약금 18억5000만원을 지급한 상태다.  
 

제일제강은 1964년 설립된 선재회사다. 94년 상장했으며 연강선재·이형철근 등을 만들어 지난해 3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류 씨 등은 이달 25일 중도금 8억7500만원을, 9월 12일까지 잔금 157억여 원을 치러야 한다.  
 

류상미씨는 신일그룹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 6월 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류 씨를 비롯해 김필현·손상대·김해래 씨가 주주로 등록돼 있다.  
  
제일제강은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문나면서 금세 ‘보물선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최대주주가 류 씨 등으로 바뀌면 엄청난 이익이 거둘 수 있다는 예측 때문이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제일제강은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자 주가가 급등락하고 홈페이지는 접속이 차단됐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제일제강은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자 주가가 급등락하고 홈페이지는 접속이 차단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제일제강은 “보물선 사업과 일절 관계가 없다”고 공시를 내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신일그룹 측 역시 “(보물선 인양은) 제일제강과는 무관한 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성진 신일그룹 홍보팀장은 “류 씨는 개인투자자 자격으로 제일제강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씨 등이 보물선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6년이다. 최근엔 법인을 세우고 인양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밖에도 이 회사는 바이오·건설·엔터테인먼트·블록체인 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관계회사인 싱가포르 신일그룹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한국 신일그룹은 보물선 인양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하고 있다. 19일 경북 울릉군에 서류를 내고 소유권 등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20일엔 포항해양수산청에 ‘매장물 발굴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 박 팀장은 “돈스코이호는 자침(自沈·스스로 가라앉은)한 배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자침한 경우 100년이 지나면 소유권이 소멸된다”며 소유권 이전을 자신했다. 돈스코이호가 침몰한 것은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으로, 113년이 지났다. 
 
박 팀장은 이어 “현재도 하루 12시간씩 작업을 하고 있으며 허가가 나오는 대로 탐사 및 인양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0조원대 보물이 실재하는지에 대해선 “러시아 문헌과 울릉군지 등 역사적 기록에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보물선 인양 사업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풍문을 유포하는 경우 불공정 거래 행위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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