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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고용 부진 심화하는데…또 나랏돈 풀어 경기부양하고, 소득 늘려주겠다는 정부

‘나랏돈 풀어 경기 부양, 저소득층 소득 지원’

 경기 하강과 양극화 심화, 고용 부진에 맞서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또다시 내민 카드다.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이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김동연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이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김동연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저소득층 일자리ㆍ소득지원 대책’의 핵심은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한 3조8000억원 규모의 ‘미니 부양책’과 기초연금 인상ㆍ어르신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한 ‘취약계층 소득지원’이다. 구조개혁, 성장동력 강화와 같은 근본 대책을 외면하고 기존 정책을 다소 확장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우선 기금과 공기업의 돈을 동원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도시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3조2000억원을 투자해 주택구입ㆍ전세자금 대출, 구조조정 업종 보증, 공공기관 태양광 보증 등을 늘린다. 기금 주요항목 지출 금액의 20%내 에서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등이 6000억원을 더해 노후 임대주택 정비, 도로ㆍ철도 안전설비 확충 사업 등을 벌인다. 지난 5월 통과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3조9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니 추경’에 해당하는 셈이다.  
 
내년 재정 지출도 크게 늘린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2019년도 재정지출을 당초 계획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7% 중반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김 부총리의 언급보다 지출 증가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올해 예산은 428조8000억원이었는데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나면, 2019년도 예산 규모는 470조원을 넘게 된다.
 
취약계층에는 돈을 더 쥐여준다.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대상과 지급액을 2배 이상 늘린다.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노인은 내년부터 30만원을 기초연금으로 지급한다.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에게 주는 구직활동지원금은 현행 ‘월 30만원 한도 3개월간 지급’에서 ‘월 50만원 한도로 6개월 지급’으로 확대한다. 또 내년에 총 8만 개 이상의 노인 일자리를 신규 창출할 계획이다.  
 
이런 대책의 배경에는 지난 1년간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정부’라는 정부 구호를 무색하게 한 각종 지표가 자리한다. 3%대 성장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양극화 수준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상위 20% 가구의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은 1분기 기준으로 올해 5.95다. 2003년 이후 가장 높다. 고용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올해 취업자 증가 수를 18만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전망(32만명)보다 14만명이나 깎았다.
 
사실상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보여준 수치임에도 이번 대책 역시 기존 정책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에서 고용과 투자가 일으킬만한 유인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나랏돈 풀기와 같은 단기 부양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주문이다.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재정을 통한 단기적인 경기 부양의 효과는 제한적인 만큼 혁신 성장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혁신성장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려운 만큼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 기금을 마구 사용하는 건 ‘꼼수’라는 목소리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어느 정부나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기금을 활용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기금 역시 나랏돈인 만큼 남용하면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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