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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의 독립 운동가 후손들…"할아버지 고국 땅 밟았어요"

경상북도 초청으로 방한한 러시아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13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경상북도 초청으로 방한한 러시아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13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브라바, 브라바! (러시아어로 멋지다는 의미)”
 
지난 13일 오후 서울 경복궁을 찾은 독립운동가 김만겸 선생의 증손자 아르튜노프 다비드(21)는 경회루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세계사 수업 시간에 동아시아의 역사가 나오면 특히 눈길이 갔다”는 다비드는 증조할아버지의 활동을 부모로부터 전해 들었다. 김만겸 선생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인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항일신문을 발행하는 등 독립운동을 했다. 다비드는 “한국을 방문해 할아버지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의 후손 12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경상북도의 초청으로 9일부터 5박6일의 일정으로 안동 임청각, 경주 불국사 등과 서울의 유적지를 답사하며 항일 독립운동에 나섰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방한 5일 차인 지난 13일 서울 관광에 나선 이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불상과 도자기, 그릇 등을 관람했다. 키가 작은 불상을 볼 때는 허리를 숙여 구석구석을 살폈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하회탈이 전시된 곳에서는 표정을 따라하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이 모두 한국을 가깝게 여겼던 건 아니다. 세대를 거치며 러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졌고 외모도 한국인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말도 할 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다비드는 “한국을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겼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내는 나라라고 생각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몇 달이라도 한국에 살고 싶다”며 웃었다.    
 
경상북도 초청으로 방한한 러시아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13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했다. 독립유공자 최재형 선생 후손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강정현 기자

경상북도 초청으로 방한한 러시아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13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했다. 독립유공자 최재형 선생 후손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경천 장군의 증손자 샤라피예프 에밀(20)도 한국을 찾았다. 김 장군은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무장 독립 투쟁을 벌이며 ‘시베리아의 전설’이라 불린 인물이다. 에밀은 “할아버지는 ‘백마 타고 천둥처럼 달리는 장군’이라고 불린 것으로 안다. 한국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러시아에 기념관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는 그는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와 교류가 많아지면 후손으로서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 현충원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선조들을 안장한 국립묘지라는 설명을 듣자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이곳에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배후에서 지원한 최재형 선생과 그 아내의 위패도 있다. 파란 눈에 금발 머리를 가진 최일리야(17)군은 최 선생의 6대손이다. 최군은 위패에 새겨진 할아버지의 이름을 검지로 쓸어내렸다. 그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나에게도 한국이 낯선 먼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독립당 의용군 중대장으로 활약한 오성묵 선생의 증손자 오가이레오니드(36)는 “할아버지의 활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장은희 대구일보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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