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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에 시장 상인들 ‘냉가슴’…쪽방촌은 집밖 그늘에 집결

지난 17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영등포시장 400m 남짓 되는 의류판매 골목에는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 물건을 사러 돌아다니는 손님이 5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온도계의 수은주는 섭씨 31도를 찍고 있었다.
 
옷가게 사장 김모(70·여)씨는 “여름엔 원래 손님이 더 없긴 한데 이렇게까지 없는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디 간들 시원하겠어. 우리 서민들이 시원한데 가서 돈 쓰고 살 팔자야?”라고 되물었다. 시장 내에서 40년 동안 슈퍼를 운영했다는 전동일(66)씨는 “원래 에어컨도 없었는데 해마다 더워져서 ‘이러다 죽겠다’ 싶어 작년에 에어컨을 설치했다”며 “시장은 냉난방도 안 되고, 시설도 낙후돼 지나다니는 사람 대상으로는 장사가 거의 안 된다”고 전했다.  
 
17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시장. 1시간에 고작 5명의 손님이 방문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정연 기자

17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시장. 1시간에 고작 5명의 손님이 방문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정연 기자

비를 막기 위해 설치한 가림막은 바람까지 막아 시장 안 공기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지만 에어컨을 갖춘 가게는 20곳도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인은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그마저도 없이 부채로 더위를 나고 있었다. 잡화가게를 운영하는 원영학(75)씨는 부채만 부치고 있다가 기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선풍기를 틀어줬다. “장사도 안 되는데 뭘. 가만히 있으면 견딜만 해”라며 그는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자 다시 선풍기를 껐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의 남대문 쪽방촌 건물 사이의 그늘진 공간에는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 1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10년 넘게 남대문 쪽방촌에 거주했다는 김모(75·남)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일이 3일 남아 콜라 한 병 사먹기도 어렵다”며 “집 안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아침부터 그늘에 나와 온종일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쪽방촌 거주자인 심모(59·남)씨는 “수급일이 되면 평상에서 술판이 벌어진다”며 “움직이면 덥고 가만히 앉아있자니 시간이 안 가는데, 술을 먹고 잠들면 그나마 버틸만하기 때문에 다들 20일(수급일)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더위를 피해 집 밖 그늘을 찾은 남대문 쪽방촌 주민이 의자에 앉아 졸고있다. 홍지유 기자

더위를 피해 집 밖 그늘을 찾은 남대문 쪽방촌 주민이 의자에 앉아 졸고있다. 홍지유 기자

심씨를 따라 가 본 6.6㎡ 남짓한 그의 방은 들어서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비좁은 공간이었다. 가로 세로 약 20cm의 작은 창문은 건물 외벽이 아닌 내부 복도를 향해 있어 환기가 원활하지 않았다. 심씨는 “다리가 불편해 1층에 집을 얻었는데 그 때문에 더 바람이 안 들어온다”며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이나 쪽방촌 옆 경찰서 민원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피서법”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촌에서 소방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소방 용수를 뿌리고 있다. 홍지유 기자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촌에서 소방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소방 용수를 뿌리고 있다. 홍지유 기자

 
남대문경찰서 뒤편 쪽방 상담소 옆에는 중부소방서 응급 의료소가 차려졌다. 오후 2시 소방대원들이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로 소방 용수를 뿌리자 그늘에 앉아있던 주민들이 감사 인사를 건넸다.  
 
홍지유·김정연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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