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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외롭나요? 친구 만들면 힘이되는 이 것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1)
봉사는 자기애의 발현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만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연대가 줄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봉사는 내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해준다. 내 존재를 확인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 “봉사하라, 봉사하라! 오래 가려면 함께 하자”고 외치는 필자의 봉사 경험을 통해 봉사가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보자. <편집자>
 
10여 년 전 강원도 화천에 주말주택을 마련했다. 업자 없이 나 스스로 짓느라 땅을 살 때부터 집이 완공될 때까지 거의 매 순간 현장에 있어야 했다. 화천 집으로 드는 입구 길 양옆에 농가 두 채가 있고 그 두 집에는 아주머니들이 홀로 살았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친해지게 돼 뭐라도 먹을 것이 생기면 갖다 주고 하며 정이 들었었는데, 지난해 겨울 그중 한 분이 자살했다. 자식으로부터 무시당하고 버림받았다는 자괴감이 원인이라고 했다.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존재감 상실  
OECD 노인 자살률. [중앙포토]

OECD 노인 자살률. [중앙포토]

 
한국이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었다. 한때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의 불명예를 안았던 한국이 그 불명예를 씻었나 했더니 또 다른 타이틀이라서 어처구니가 없다. 2015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58.6명의 노인자살로 전체 자살률 26.5명의 두배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한단다.
 
65세 이상 고령 비율이 13.1%에 달하는 고령화 사회 말기의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보면 노인 문제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인자살률 급증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노인을 자살로 내모는 가장 심각한 원인은 무엇일까? 노인들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하는 데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존재감의 상실과 사회적 유대가 끊어진 데 따른 우울증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는 노인. [사진 한익종]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는 노인. [사진 한익종]

 
“나도 젊었을 땐 안 그랬는데….” “인기도 좋았고, 친구도 많았고, 내가 필요한 사람도 많았는데….” 선술집에 가 보면 거나하게 취한 중장년들이 입에 거품을 물며 왕년을 자랑한다. 내가 왕년엔 잘 나갔다는 둥, 지금 잘 나가는 걔 한때 내 밑에서 있었던 친구라는 둥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주위에서 자기 존재를 무시하거나 점점 만남을 꺼리는 듯한 데다 자신의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서 자꾸 움츠러드는 데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그러니 왕년 타령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다. 일단은 그 모습이 추해 보이고, 그 말인즉슨 지금 현재는 별 볼 일 없다는 자기 한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 가는 듯해, 맨정신으론 견딜 수 없는 이 신세를 어이할꼬? “오호통재라, 오호애재라”만을 외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익숙했던 직장동료, 친구, 심지어는 가족까지 점점 멀어져가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연으로 보충은 해야 하지 않을까?
 
왕년 없는 사람 어디 있는가? 왕년에 한 가닥 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는가? 과거에 매달리지 말자. 내일을 얘기하자, 내일을 꿈꿔 보자. 왕년을 추억하며 오늘을 한탄하지 말고, 내일을 함께 할 친구를 만들어 보자.
 
아직 쓸모있는 존재라는 자존감 안겨주는 봉사
푸르메 봉사단체인 한걸음의 사랑, 엄홍길 대장과 함께 한 북한산걷기행사. [사진 한익종]

푸르메 봉사단체인 한걸음의 사랑, 엄홍길 대장과 함께 한 북한산걷기행사. [사진 한익종]

 
봉사처럼 좋은 친구는 없다. 봉사는 내가 필요한, 이른바 ‘대상’을 찾아 나의 사회적 필요성을 확인함으로써 내가 아직은 쓸모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방법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친구라는 사실은 나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안겨주고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아끼게 한다.
 
그러니 봉사는 나의 사랑이고 `내 안에 나’라는 친구를 만드는 행위이다. 내가 필요한 사람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니 그들이 고마워하며 나를 반가이 맞이하고, 서로를 의지하게 되니 이런 친구가 어디 또 있겠는가?
 
언젠가 봉사 현장에서 만난 모 중견 그룹의 전 회장께서 한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세 가지를 꼭 지키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과거에 맺은 인연을 끊는 일”이라는. 잘못 이해하면 이 무슨 해괴한 생각인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높은 자리에, 잘 나갈 때 만났던 인연에 연연하면 그들이 예전과 같이 대하지 않으니 비참한 생각이 들 것이란 게 그분의 속내였다. 그러니 남이 나를 떠나는 걸 원망할 게 아니라 봉사라는 현장에서 새 인연을 만들어가겠다는 요지의 말씀이었다.
 
봉사행사에 참여 한 예비부부. [사진 한익종]

봉사행사에 참여 한 예비부부. [사진 한익종]

 
봉사는 인생 후반부를 함께할 동반자다. 직장생활을 마무리한 후, 인생 후반부에 오히려 더 많은 친구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봉사를 통해 맺은 인연들이다. 현대의 인간은 혈연집단인 게마인샤프트보다는 이익집단인 게젤샤프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이해타산에 얽힌 인간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이해에 얽힌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의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봉사는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남을 위한 행위를 우선으로 하며, 이해타산과는 거리를 두는 사람과의 동행이니 그들과 함께 이어가는 삶이 어떤 모습이겠는가?
 
봉사는 이 세상 떠날 때까지 함께할 동반자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름은 ‘봉사’고요, 앞으로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할 제 동반자입니다.”
 
어떤가? 이런 친구 하나 곁에 두는 것이. 문득 9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남양주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한원주 선생님이 생각난다.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 건강하게 오래 삶을 이어가는 멋진 사례여서다. 이를 봐도 봉사는 인생 후반부의 가장 좋은 친구이다.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immagic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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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