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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일은 내가 할테니 니는 인자 우아하게 살아라"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29)
알렉상드르 이아생트 뒤누에 '베수비오 산의 분화'(1813, Eruption du Vesuve en) 루이 18세가 소장했던 그림. 1813년 또 한 번 발생한 베수비오 화산 폭발을 그렸다. 베수비오 화산은 당시 나폴리를 여행하던 화가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18세기 이후 폼페이 유적 발굴이 본격화되면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중앙포토]

알렉상드르 이아생트 뒤누에 '베수비오 산의 분화'(1813, Eruption du Vesuve en) 루이 18세가 소장했던 그림. 1813년 또 한 번 발생한 베수비오 화산 폭발을 그렸다. 베수비오 화산은 당시 나폴리를 여행하던 화가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18세기 이후 폼페이 유적 발굴이 본격화되면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중앙포토]

 
아침에 출근하는 차 안에서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설명과 함께 흘러나왔다.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에 처음 케이블카를 설치했을 때 사람들이 무서워서 아무도 타지 않았단다. 그래서 나폴리 시에서 그 곡을 만들어 홍보했는데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케이블카는 물론 음악까지 인기 있는 곡이 되었다고 한다. 음악이 경쾌하다.
 
정년퇴직한 지인이 식당을 개업했다고 놀러 오라고 했다. 꼭 해보고 싶은 일이어서 몇 년에 걸쳐 기술도 배우고 연습도 해보고 그래도 행여나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아 식당을 낼 때는 전문 요리사를 두고 시작하여 잘 될 거라 믿었는데 생각같이 영업이 되지 않아 속상해한다. 인건비는 오르고 장사는 잘 안되는 요즘 장사하시는 분들의 같은 마음이실 거다.
 
젊은 한때 식당 운영, 장사의 쓴 맛 알아 
보통 식당의 주 고객은 단연 가정주부들이다. 낮에 단체로 모여 식사를 하는 손님은 여자 손님이 가장 많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 한 사람이 식당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주 음식의 내용에 맞는 스토리도 한몫할 것이라 생각한다.  
 
커피숍에서 같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분위기를 보며 향이 좋네 마네하며 우리 맘대로 감정을 내리지 않는가. 음식에 맞는 인테리어도 한몫하는 것 같다.  
 
장사는 정말로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이 돈벌이보다는 즐거운 취미라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벌이가 좋은 일도 내가 하기 싫으면 얼굴에 나타나고 손님도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공장이 잘 돌아가던 30대 후반에 등 떠밀려 나도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다. 성수 전철역 근처의 목이 좋은 경양식 식당이었다. 중개인 말로는 직원들이 알아서 장사를 다 할 것이고, 주인은 끝날 때 즈음 나와서 돈만 챙겨 들어가면 된다고 했단다. 힘들게 모은 금액으로 재테크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남편이 바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밤낮으로 지하실에서 작업복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만 하던 부인의 모습에서 이쁜 옷 입고 가만히 앉아서 돈만 챙겨오는 부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좋더구먼! 공장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니는 인자 편하고 우하하게 살아라." 이러는데 감동하지 않을 부인이 있을까!(본문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밤낮으로 지하실에서 작업복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만 하던 부인의 모습에서 이쁜 옷 입고 가만히 앉아서 돈만 챙겨오는 부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좋더구먼! 공장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니는 인자 편하고 우하하게 살아라." 이러는데 감동하지 않을 부인이 있을까!(본문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그러나 그 문제로 크게 싸우지 않았던 이유는 감동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바가지 긁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 “밤낮으로 지하실에서 작업복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만 하던 부인의 모습에서 이쁜 옷 입고 가만히 앉아서 돈만 챙겨오는 부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좋더구먼! 공장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니는 인자 편하고 우아하게 살아라.” 이러는데 감동하지 않을 부인이 있을까! 말 한마디에 거금을 주고 인생 공부를 했다.
 
식당을 한다는 것은 남들이 쉬는 날도 문을 열어야 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보통 많은 게 아니었다. 돈만 챙겨 나온다는 건 말뿐이지 챙겨야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남의 돈이 내 주머니에 제 발로 걸어오는 경우가 세상에 있을까?
 
주어진 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하면 막노동
당시 나는 공장일은 재밌는데 주방일은 하기 싫은 일 중의 첫 번째였다. 나는 그때가 가장 힘든 인생이었는데 훗날 아이들은 엄마가 가장 예쁘고 자랑스러웠을 때가 그때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 일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아무리 좋은 스펙과 고급 직업을 갖고 있어도 그 일이 지겹고 재미없다면 막노동이라고. 주어진 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 그것도 막노동이라고.
 
몇 년 후 나는 양장 입은 막노동에서 작업복 입은 기술자로 다시 변신했다. 내게 그 3년은 세상의 별별 군상들을 다 만나본 인격 양성의 대학이 되었다. 장사는 정말 힘든 것이다.
 
지인과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 화분과 화환이 줄 서서 있다. 오늘 개업했단다. 카운터에서부터 90도로 인사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모두 최고의 식당을 위해, 내가 몸담은 직장의 발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손님들에게 희망의 음식을 나른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정말 맛있었다고 인사를 해주고 나왔다. 식당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힘찬 음악처럼 시작은 미약하지만 손님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기를 기원해본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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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