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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우승 프랑스를 바꿀까…음바페 자란 방리유의 차별구조 여전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2018 월드컵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그는 파리 교외 빈민가 방리유 출신이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2018 월드컵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그는 파리 교외 빈민가 방리유 출신이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저녁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십만명의 인파가 2018 월드컵에서 우승한 축구대표팀에 갈채를 보냈다. 개선문에 초대형 삼색기가 내걸렸고, 선수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주재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대표팀 전원에 국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가 수여된다.
 
 프랑스의 우승은 대표팀 선수 23명 가운데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 특히 시선을 끌었다. ‘펠레의 재림'으로 불리는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 카메룬 아버지와 알제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지닌 선수들이 융합해 거둔 성과여서 난민 문제 등으로 분열된 프랑스 사회에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축구 우승팀의 귀환을 축하하는 행사가 파리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렸다. [EPA=연합뉴스]

축구 우승팀의 귀환을 축하하는 행사가 파리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렸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스포츠의 성공이 인종 차별과 소외계급 문제를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프랑스의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들이 최고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이들이 나고 자란 프랑스 대도시 교외 빈민가 ‘방리유(Banlieue)’의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음바페는 파리 외곽 봉디(Bondy) 출신이다. 교외라는 뜻의 방리유는 프랑스 사회에서 소외와 골칫거리를 의미하는 단어로도 받아들여진다. 1960년대 이후 방리유에는 콘크리트 고층 임대주택이 지어졌다. 서민층 지원이 취지였지만 중심부와 떨어진 저소득층 밀집지로 굳어졌고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이민자의 집단 거주지가 됐다. 토박이 프랑스인과 교류가 줄면서 프랑스어로 의사 소통이 어려운 이들도 상당수다. 파리 인근 방리유 주민들은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프랑스 교외에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밀집해 사는 방리유 [뉴욕타임스 캡처]

프랑스 교외에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밀집해 사는 방리유 [뉴욕타임스 캡처]

 음바페 등 방리유에서 꿈을 키운 선수들이 우승을 일궈냈지만 프랑스에선 과거에도 축구가 정치나 통합 이슈와 뒤섞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1998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주장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 출신 가정에서 태어났다. 당시 우승 멤버 22명 중 12명이 해외 출신이거나 이민자 후손이었다. 파란 유니폼을 입어 ‘레 블뢰(LesBleus)’로 불리는 축구대표팀은 프랑스에 ‘블랙(흑인)-블랑(백인)-뵈르(북아프리카계)’의 승리를 안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문화 국가와 인종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됐다.
 
19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팀은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했다. 당시에도 지네딘 지단(왼쪽) 등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어서 새로운 통합의 희망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AP=연합뉴스]

19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팀은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했다. 당시에도 지네딘 지단(왼쪽) 등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어서 새로운 통합의 희망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AP=연합뉴스]

 하지만 98년의 ‘무지개팀' 선수들을 “프랑스 국가도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주장한 극우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 때 결선인 2차 투표에 진출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프랑스팀이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탈락하자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던 백인 감독·코치보다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선수들이 규율이 없고 실력보다 과대 포장됐다는 비판이 아니라 인종 차별적인 내용이었다"며 “방리유 출신이라는 계급 배경을 암시하며 ‘마피아의 도덕 수준을 가진 도둑들'이라고 선수들을 표현한 철학자가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장 마리 르펜의 딸 마린 르펜이 반이민 노선을 내세우며 1000만표 이상을 얻었다. 국민연합(RN)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국민전선(FN) 역사상 최고 득표였다. 그 역시 국가대표팀을 향해 “마음에 또 다른 국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프랑스가 축구대표팀에서 흑인이나 북아프리카계 선수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 상한선을 뒀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어버지에 이어 프랑스 극우 정당을 이끌고 있는 마린 르펜 [AP=연합뉴스]

어버지에 이어 프랑스 극우 정당을 이끌고 있는 마린 르펜 [AP=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지단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방리유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단이 살던 마르세유 인근 방리유 라 카스텔란은 여전히 폭력이 난무한다. 경찰의 주기적인 현장 급습에도 마약 거래가 줄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지단이 이끈 월드컵 우승팀이 프랑스의 뿌리 깊은 정체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은 정치적 어리석음이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음바페의 고향인 봉디를 찾은 뒤 “98년 우승 이후 프랑스가 재탄생하지 않은 것처럼 수십 년간 계속돼온 오명과 멸시를 없애려면 월드컵 성적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국민은 극우의 약진 속에 최연소 대통령인 마크롱을 선택했다. 마크롱은 낮은 지지 속에서도 프랑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단과음바페가 보여준 성공이 ‘방리유 탈출'을 꿈꾸는 방리유 아이들의 신데렐라식 동화에 머물지 않으려면 열광만으론 부족하다. 스포츠의 열기가 식은 후 프랑스가 이민과 테러, 양극화와 소외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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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