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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픈] 카누스티 18번홀의 탄식을 들어보셨나요

카누스티 18번 홀을 휘감는 배리의 개울. 남자 어른 키 만큼 깊고 폭도 넓어 공이 빠지기 쉽다. [AP=연합뉴스]

카누스티 18번 홀을 휘감는 배리의 개울. 남자 어른 키 만큼 깊고 폭도 넓어 공이 빠지기 쉽다. [AP=연합뉴스]

1999년 7월 스코틀랜드 던디 인근 카누스티 골프장에서 벌어진 디 오픈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장 방드 밸드는 3타 차 선두로 마지막 홀에 왔다. 더블보기를 해도 우승이었다. 92년만의 프랑스인의 디 오픈 우승을 눈앞에 뒀다.  

 
499야드의 파 4인 18번 홀은 어렵다. 왼쪽은 OB이며 거대한 뱀 같은 개울이 페어웨이를 두 번이나 휘돌아 간다. 타수 차 여유가 있으니 안전하게 아이언티샷을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방드 밸드는 드라이버를 잡았다. 
 
공은 오른편 개울 쪽으로 날아갔는데 운이 좋았다. 물을 살짝 넘어 옆 홀 러프로 갔다. 물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게 레이업을 하고 그린을 공략하면 보기로 쉽게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2번 아이언을 들고 직접 그린을 공략했다.  
 
공은 그린 오른편 관중석 쪽으로 날아갔다. 공이 근처에 떨어졌다면 무벌타 드롭을 하고 적어도 보기로 홀아웃,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불운했다. 그의 공은 관중석 쇠파이프를 맞고 50야드 쯤 뒤로 날아가더니 개울가의 돌을 맞고 높이 튀어 깊은 러프로 들어갔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세 번째 샷을 페어웨이로 레이업해도 4번에 그린에 가 2퍼트 더블보기로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린을 직접 겨냥한 방드 밸드는 러프의 저항을 이기지 못했고 공은 결국 개울에 빠지고 말았다.  
99년 대회 18번홀에서 배리의 개울에 들어가 있는 장 방드 밸드. [AP]

99년 대회 18번홀에서 배리의 개울에 들어가 있는 장 방드 밸드. [AP]

방드 밸드는 물에 들어간 공을 치려는 듯 신발과 양말을 벗고 개울로 들어갔다. 도저히 칠 수 없는 볼로 보였는데 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했다. 벌타를 받고 드롭했다.  
 
아직도 기회는 있었다. 벌타까지 4타를 허비한 방드 밸드가 한 번에 그린에 올려 1퍼트로 막는다면 더블보기로 우승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샷은 짧아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는 잘 해야 연장전이었다. 이전까지 다소 무모하게 경기를 했던 방드 밸드는 이때부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벙커에서 한 번에 그린에 올린 뒤 만만치 않은 퍼트를 넣었다. 연장전에 갈 기회를 잡은 방드 밸드는 트리플 보기를 하고도 좋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연장전 끝 우승은 폴 로리가 차지했다. 로리는 최종라운드 66타를 쳤고 방드 밸드는 76타를 쳤다. 로리는 10타 차 역전 우승 기록을 세웠다.  
18번홀 전경. [중앙포토]

18번홀 전경. [중앙포토]

디 오픈이 19일 카누스티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1999년에 골프 역사에 남을 역전드라마를 만든 카누스티는 2007년에 이어 올해 다시 대회가 열린다. 카누스티는 디 오픈 챔피언십을 여는 코스 중 가장 어려운 골프장으로 꼽힌다. 메이저대회를 여는 모든 코스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설문도 나왔다. 특히 마지막 4개 홀이 어려워 악마의 발톱이라고 불린다.
  
문제의 18번 홀은 499야드로 요즘 기준으로는 아주 길지는 않다. 무서운 것은 ‘배리 번(Barry Burn)’이다. 번은 스코틀랜드 말로 개울이라는 의미다. 스코틀랜드 골프장의 개울은 똑바로 흐르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배리 개울은 18번 홀을 마치 태극문양처럼 휘감고 흘러간다. 티잉그라운드 앞을 지나 오른쪽으로 사선으로 나갔다가 방향을 돌려 페어웨이를 가른다. 왼쪽 골프장 바깥으로 빠져나간 개울은 그린 앞쪽에서 다시 골프장으로 파고든다.  
 
이 개울은 높이가 어른 키 정도이며 폭도 넓어 배리 번 근처에 구르는 공은 대부분 집어 삼킨다. 물살도 빨라 골퍼에게 더 압박감을 준다.          
18번홀에는 개울이 굽이굽이 흘러간다. [중앙포토]

18번홀에는 개울이 굽이굽이 흘러간다. [중앙포토]

99년 트리플보기를 한 방드 밸드는 2005년 프랑스 오픈에서도 우승기회를 잡았으나 마지막 홀에서 공을 물에 빠뜨리고 우승을 놓쳤다. 그는 1993년과 2006년 유러피언투어 2승이 전부다. 2003년 안니카 소렌스탐이 남자대회에 나갈 때 방드 밸드는 “그렇다면 나는 다리에 면도를 하고 여자대회에 나가겠다”고 해서 비난을 받았다.
  
카누스티에서 열린 2007년 대회에서도 드라마가 많았다. 우승을 한 파드리그 해링턴은 역시 18번 홀에서 고생을 했다. 한 타 차 선두로 마지막 18번 홀에 들어선 그는 티샷을 당겨 쳐 개울에 빠뜨렸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도 그린 앞 개울이 집어삼켰다. 한 홀에서 2개의 워터해저드, 그러나 그는 신중하게 다섯 번째 샷을 핀에 붙여 최악의 파멸을 막고 연장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를 누르고 우승했다. 
 
가르시아도 카누스티에 추억이 많다. 99년 19세의 가르시아는 아이리시 오픈 우승과 스코티시 오픈 준우승을 하면서 ‘유럽의 타이거’로 불렸다. 그 가르시아가 카누스티에서 열린 디 오픈 1라운드에서 89타를 쳤다.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에게 안기는 가르시아의 모습은 배리 번에 들어간 방드 밸드의 사진 다음으로 유명하다.  
 
가르시아는 2007년 대회에선 첫 라운드 65타를 쳤다. 99년 1라운드에 비해 24타를 줄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해링턴과 연장전을 벌여 패했다. 그래서 카누스티에는 가르시아의 악마가 산다는 말이 나왔다. 
 
가르시아는 17일(한국시간) 대회를 앞두고 “카누스티에는 나를 기다리는 악마가 없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가르시아가 카누스티의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벙커샷 연습을 하는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벙커샷 연습을 하는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올해는 스코틀랜드에 이상 고온에 비가 오지 않아 페어웨이가 말라버렸다. 연습라운드를 한 타이거 우즈는 “그린보다 페어웨이가 더 빠르다”면서 “올해도 매우 어려운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웨이가 빠르면 공이 계속 굴러간다. 그러다 벙커나 러프, 아니면 그 유명한 배리의 개울에 잡힐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선수로는 강성훈, 안병훈, 최민철, 김시우, 박상현이 참가한다. 재미교포 케빈 나와 마이클 김도 출전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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