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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저임금 8350원보다 더 시급한 문제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2019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만원’을 목표로 제시해 이번에도 적지 않은 인상이 예고됐으나 우려와 갈등이 쌓이면서 일부 제동이 걸렸다. 노사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선택된 수준 이상도 이하도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만의 균형’이 선택된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번까지 두차례 합쳐 1880원을 올렸으니 절대 작지 않은 인상 폭이다.
 
최저임금이 정해진 마당에 인상 폭의 적절성 논란은 소모적일 수 있다. 제도의 취지와 원칙을 되짚어 문제를 확인하는 일이 내년을 위해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정한 임금의 최저수준이다. 실질 급여라기보다는 기준임금이다. 반면 임금의 최대치는 기업의 ‘지급 능력’에 의존한다. 최저임금은 모든 기업에 동일하지만, 최대임금은 기업마다 다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노사는 최저임금을 ‘최대임금’으로 간주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기업의 지불능력 수준까지 요구한다. 기업은 최저임금을 임금 상한으로 간주한다. 최저임금이 지불능력을 넘어서면 기업은 문을 닫거나 사람을 줄여야 한다. 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 지급능력 있는 기업이 급여 수준을 최저임금에 묶어 두는 것도 인사관리 전략으로 부적절하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역할과 기능이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규율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임금 수준도 이런 목적에 상응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실질 급여가 아닌 기준 임금이기 때문에 결정의 논리가 명확해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는 최저임금을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 분배율 등을 고려’해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이 요구하는 내용에도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제도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형식 요건의 준수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요건에서 보면 이번 최저임금액 결정 근거는 불분명하다.
 
시론 7/18

시론 7/18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을 유사근로자 임금인상 전망치(3.8%),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효과 보전분(1.0%), 대외변수 등 반영분(1.2%), 소득분배 개선분(4.9%) 등을 합산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내용 구성의 근거가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분과 대외변수 반영분이 논란이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분 설정으로 위원회가 입법 취지를 임의로 조정했다는 문제제기를 받게 됐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법률 개정으로 풀어야 한다. ‘대외변수’ 항목도 이유와 근거가 불분명하다.
 
최저임금의 적정수준 문제는 정답을 정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의 사회경제적 효과에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존재한다. 영향 차원에서 합의에 이르기는 힘들지만, 결과의 사회적 수용도를 점검해 그 적절성을 판단하는 일은 가능하다. 1988년에 최저임금 제도가 시작된 이후 최저임금은 계속 올랐다. 대체로 진보정권에서는 많이 올랐고, 보수 정권에서 적게 올랐다. 어떤 결정에 대해서도 논란은 있었으나 시장은 곧 순응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의 사정은 달랐다. 2018년도 최저임금 결정 후 한국 사회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례 없는 논란을 경험했다. 이번에도 임금 결정에는 민주노총과 사용자대표가 불참했다. 일부 사업주 단체는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사실상 불복종 운동을 예고했다. 이쯤 되면 제도의 사회적 수용성이 심각한 수준에 처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시바삐 업종·지역 등을 구분해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거나, 입법과 정책으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소모적 논란은 반복될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도 문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결국 27명 재적 위원 가운데 14명 위원만 남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 같은 파행은 사회적 부담이며 결과의 수용성을 약화한다.
 
차제에 위원회 지배구조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기준으로 기능하는 정책 임금임을 고려해 노사 간 직접교섭을 지양해야 한다.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로 ‘국가임금위원회’를 구성하고 상시적 조사와 연구 기능을 활성화해 임금의 합리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정부의 위원 추천 권한 또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최저임금 제도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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