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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편들다 제 발등 찍은 트럼프, “역겹다” 거센 역풍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6일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18’을 선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6일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18’을 선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자국 정보기관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편을 들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여당인 공화당과 폭스뉴스 등 지지 기반에서도 “수치스러운 행동” “구역질이 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냉전 이후 미 대통령이 처음으로 러시아에 저자세로 굴복했다며 의회에선 주요 내각 및 백악관 고위 보좌관의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부터 대선 승리의 정당성부터 강조했다. “깨끗한 선거였고 나는 힐러리 클린턴을 쉽게 이겼다”고 하면서다. “선거인단 득표수에서 306대 223이라는 큰 표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공모는 없었다”고도 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어 AP통신 기자가 “‘러시아 대선 개입에 증거가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말과 ‘없다’는 푸틴 대통령 중 누구 말을 믿느냐”는 답변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 사람들은 러시아가 했다고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아니라고 한다”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러시아가 개입할 어떤 이유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보기관보다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더 두둔한 셈이다.
 
이는 미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등 미 정보기관이 러시아가 2016년 대선 기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불법 대선 개입을 했다는 정보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정보기관보다 푸틴 대통령에 의지하는 듯한 무리수까지 둔 건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가 점점 조여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의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리 선거에 개입했고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고 하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암 투병 중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헬싱키 회견은 가장 수치스러운 미국 대통령의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또 “애국적이고 유능한 보좌팀을 동반한 상태에서 항복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은 더욱 이해할 수 없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보좌진 책임론도 거론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장 및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가안보 참모들에 대해 의회에서 사퇴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이 같은 역풍을 예상못한 듯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돌아오는 기내에서 비판적 반응이 전해지면서 대통령의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보좌진들도 화풀이 대상이 되는 걸 피하려고 기내 앞칸으로 가까이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회담 직전 미 CBS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속도를 묻는 질문에 “이것은 수십 년간 계속돼 온 것이지만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막후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핵무기 감축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컨센서스(의견일치)에 도달했다.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데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박유미·김지아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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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