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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종전선언과 북한 비핵화 분리시키면 안 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보다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17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린 중앙그룹중국연구회(중중연) 초청 특강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한다는 9.19 공동성명의 내용이 두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없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2016년 탈북해 8월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북한의 정통 엘리트 외교관으로 30년 가까이 활동했다. 최근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 를 펴냈다. 중중연은 중앙일보·JTBC 기자들의 중국 및 한반도 정세 관련 연구 모임이다.
 
태 전 공사는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연내 종전선언과 비핵화 문제를 분리시키면 안 된다”며 “종전선언을 해주는 대신 북한도 비핵화 로드맵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해줄 경우 북한 역시 현재 보유 중인 핵시설과 핵물질을 신고하도록 연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은 핵무장을 한 원인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라고 주장한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적대시 정책이 없어야 한다’며 ‘선(先)신뢰조성 후(後)비핵화’라는 도식을 만들었고, 이번 북·미 접촉을 통해 그간 한·미가 고수했던 ‘선(先)비핵화 후(後)대화’ 도식을 바꿔치기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북·미, 남북 접촉의 전면에 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언급하며 “김영철은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할 때부터 (협상에) 나왔던 사람”이라며 “그 때 김영철이 지금도 남아 협상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미는 정권 교체에 따라 외교관 진용이 바뀌고 정치가 외교 협상을 지배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태 전 공사는 꼬집었다. 그는 “이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미측 협상단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등은 이런 합의를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치적인 개인적 수요 때문에 합의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 외교관 중에서도 두려워하는 사람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있지만 항상 새 사람이 나오니 ‘잘 요리해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핵무기는 보관과 유지에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어차피 핵무기를 많이 보유할 필요가 없다”며 “극소수 필요량은 은닉한 채 나머지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받고 내놓겠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벼랑 끝에 몰릴 경우엔 한국을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면 이판사판으로 핵 단추를 얼마든지 누를 수 있다”며 “남측을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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