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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가 사라진 ‘멸종 위기’ 토종 꿀벌 되살릴 수 없나

지난달 11일 전남 곡성군 죽곡면 보성강변에서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벌통이 불타오르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에 살처분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전남 곡성군 죽곡면 보성강변에서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린 벌통이 불타오르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에 살처분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전남 곡성군 죽곡면 보성강변에서는 토종벌 벌통 수십 개가 한꺼번에 불에 타올랐다. 토종벌(한봉) 농민들이 스스로 불을 붙인 것이다. 꿀벌을 죽음으로 모는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의 벌통 소각은 정부가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항의하는 뜻도 담겨 있었다.
 
김대립 전국한봉협회 한봉 복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낭충봉아부패병도 제2종 법정 감염병이고,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살처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과는 달리 살처분해도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농민들은 꿀을 얻기 위해 병에 걸린 벌통을 내버려 두거나, 감염된 벌통을 거래하기도 한다. 병을 근절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육각형의 벌방 속에서 자라는 꿀벌 애벌레의 소화기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질병이다. 벌방 뚜껑이 쭈글쭈글해지고 감염된 애벌레는 부어오르면서 죽는다.
 
국내에 병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5월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전국 토종벌 벌통 수는 42만여 개였지만 지금은 3만~10만 통 수준이다. 여름철에 늘어났다가는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 병이 퍼지면 줄어든다. 토종벌 농가도 2만 가구에서 300가구로 줄었다. 반대로 벌통 하나 가격은 20만원에서 50만~70만원으로 올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는 2010년 말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토종벌 종 복원 사업도 추진했다. 2011~2016년에는 토종벌 보존을 위해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농가에는 벌통 하나당 4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사업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기도 양평군에서 토종벌을 기르는 홍정석(54·여·전 경기도의원)씨는 “감염된 벌을 제대로 가려내지 않고, 보급만 장려하는 바람에 오히려 병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토종벌이 모아놓은 꿀. 토종벌이 사라지면 작은 꽃들은 꽃가루받이가 어려워진다. [중앙포토]

토종벌이 모아놓은 꿀. 토종벌이 사라지면 작은 꽃들은 꽃가루받이가 어려워진다. [중앙포토]

정부는 지난해부터는 토종벌 종 복원 사업도 중단했다. 농가도 크게 줄었고, 피해도 더는 늘어나지 않고 만성 질병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토종벌이 사라져도 꽃가루받이 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와 일부 전문가의 인식도 작용했다. 토종벌이 아닌 서양벌 양봉 숫자가 2015년 말 현재 전국에 196만3000통(2만2000여 농가)이나 있고, 서양벌 양봉 농가의 밀도(단위면적당 숫자)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크기가 작고 서양벌과는 종 자체가 다른 토종벌은 꽃이 작은 야생화, 멸종위기종의 꽃가루받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싸리꽃 같은 경우 토종벌은 꽃가루받이할 수 있지만 서양벌은 덩치가 커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토종벌이 전체 꽃가루받이의 25% 정도는 차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양벌에만 의존할 경우 꽃가루받이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면 토종벌 자체가 사라져버리게 되고 생태계에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안동대 식물의학과 정철의 교수는 “토종벌은 한반도 자연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야생 멸종위기 식물의 꽃가루받이에 기여하기 때문에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종벌이 사라지면 꿀벌에 꽃가루받이를 의존하지 않는 식물 종이 더 늘어나면서 생태계가 바뀔 수도 있다.
 
농민들은 토종벌이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되살릴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감염된 토종벌을 살처분이나 소각하고, 건강한 벌만 증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돼지 구제역처럼 정부가 농가에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는 모든 가축에 대해 보상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올해부터 적용이 되는 가축재해보험을 권한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토종벌을 보급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이 지난해 개량한 품종은 감염 때 생존율이 79.1%로 일반 토종벌 생존율 7%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북미와 유럽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꿀벌(서양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른바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이다. 많은 학자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매달렸다. 바이러스나 곰팡이, 응애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고, 전자파·농약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에는 파종하기 전에 종자를 처리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는 농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13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 3종을 꿀벌이 찾는 화초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했고, 지난 4월 야외에서는 이들 농약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벌과 접촉이 없는 온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집 붕괴가 어느 하나의 원인에 의해 나타나기보다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하나하나는 영향이 적더라도 상승작용을 일으켜 꿀벌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식량·과일·사료 작물 가운데 30%가 넘는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담당할 정도로 중요하다. 꽃가루받이를 통해 꿀벌이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50조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꿀벌이 사라질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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