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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완성에 27년, 한국어가 이리 새롭고 깊었나

신문 연재 27년 만에 다섯 권짜리 대하소설 『국수』를 완간한 소설가 김성동씨. 용어사전도 별도로 펴냈다. [사진 솔출판사]

신문 연재 27년 만에 다섯 권짜리 대하소설 『국수』를 완간한 소설가 김성동씨. 용어사전도 별도로 펴냈다. [사진 솔출판사]

다섯 권이나 되는 데다 읽기도 쉽지 않다.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옛 우리말이 빼곡하게 박혀 있어서다. 소설에서도 가볍고 짧은 걸 선호하는 요즘 시장흐름, 트렌드 변화에 역행하는 처사다. 그런데도 이들이어서 자연스럽다. 구도소설 『만다라』의 김성동(71) 작가와 묵직한 행마를 선보여온 솔출판사의 임우기(62) 대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막 세상에 내놓은 대하소설 『국수(國手)』 얘기다. 용어 설명 『국수사전』까지 여섯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17일 기자간담회. 사회를 맡은 시인 겸 문학평론가 김응교 숙대 교수는 『국수』를 가리켜 “27년 만에 완성된 기념비적 걸작”이라고 했다.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해 올해 들어 집필을 마쳤다는 얘기였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임우기 대표는 “그해 여름 김훈 선배와 나, 성동이형 셋이 차를 마시며 새로 생기는 신문에 소설 ‘국수’를 연재해 국수나 끊어 먹자고 얘기했다”는 탄생 비화를 밝혔다. 이어 ‘김성동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 특유의 문장의 연원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덧붙였다.
 
김성동 작가가 기억력이 출중하기도 하지만 출가해 12년간 승려생활을 하며 영적 수련을 한 데다, 좌익이었던 선친이 한국전쟁 때 사망하며 연좌제에 묶여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서양식 문장이론에 물들지 않은 독보적 문장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했다. 타락하기 이전 순수했던 한국어를 되살리는 일에 관한 한 벽초 홍명희, 『토지』의 박경리도 하지 못했던 일을 김성동 작가가 해낸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국수』 전집. [사진 솔출판사]

사진은 『국수』 전집. [사진 솔출판사]

김성동 작가는 “난 실화 아니면 얘기 안 해” “이것도 실화인데” “다큐라니까”를 연발하며 문장과 작품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데 열심이었다.
 
그는 “언어에 관한 한 현재 한국에 패륜적, 불륜적, 범죄적 소설이 난무한다. 현재의 소설 문장은 우리 문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자, 일본어, 영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어가 모스 부호처럼 돼버렸다”고 일갈했다. 원래는 단어 하나가 여러 뜻을 거느리곤 했는데 외세의 영향으로 영어처럼 뜻이 좁아져 단순히 이것 아니면 저것만 의미하게 됐다는 뜻이었다. ‘국수’를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만 받아들여 『국수』를 바둑 소설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국수는 본래 어떤 분야든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이번 소설 『국수』에서 “바둑 대결이 중요한 모티브지만 각계각층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실화인데, 내 소설은 50쪽까지는 읽기 어렵지만 그 이후부터는 출렁이는 물결 타고 넘어가는 소설”이라고 했다. 또 “삼계탕·보부상·약속·결혼·통일은 일본말, 계삼탕·부보상·언약·혼인·일통이 한국말”이라고 했다.
 
소설은 1882년 임오군란부터 1894년 갑오경장까지가 배경이다. 동학 접주, 기생, 선승 등이 일구는 당대 풍속사요 문화사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임우기 대표는 “소설 출간을 기념해 남북한 바둑 국수 대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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