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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웃돈거래'에 분양 경쟁 치열···이미 돈맛 본 北 부동산시장


[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자본주의 맛 본 북한 부동산시장 … 업계는 대북진출 채비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에 힘입어 북한과의 경협과 교류사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대북접촉 신청이 500건을 넘어섰다는 게 통일부의 발표다. 그야말로 봇물이 터진 듯한 형국이다. 대북 부동산 투자 열기도 일렁거린다. 평양 대동강변의 아파트 시세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경기도 파주시 등 접경 지역 땅값이 들썩인다.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대북진출로 타개해 보려던 건설·건축 업계는 채비가 한창이다. 이미 돈맛을 들인 북한 부동산 시장의 실태를 살펴보고, 남북 협력과 대북진출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프리미엄(웃돈)’과 같은 개념이 생겨나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까지 챙기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신흥 자본가인 돈주(錢主)들이 투자한 고급 아파트는 분양 경쟁률이 치열하다. 추첨이나 채권입찰 형태의 서구식 분양까지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택을 사실상 개인이 소유하는 건 물론이고 사고파는 일도 사실상 가능해졌다. 평양에서 최근 들려오는 이 같은 부동산 관련 소식을 듣다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아파트나 일반 살림집이 개인 재산처럼 간주되는 건 물론이고, 자본주의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점차 사회통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그동안 내세워온 법률 규정과 딴 세상이다. 북한은 “인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원만히 해결해주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본성적 요구”(살림집법 2조)라고 강조해왔다. 국가부담으로 인민들에게 집을 지어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용허가증 없이는 국가 소유 살림집을 쓸 수 없다”(도시경영법 11조)는 규정도 유명무실해졌다. 집이 없는 경우 여러 채를 갖고 있거나 자신의 집을 팔아넘기려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입주하는 경우가 상식이 된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도 껑충 뛰고 있다. 토지주택연구원이 탈북자 면담 등을 통해 조사한 데 따르면 평양 중심지역인 중구역의 경우 2005년 5만 달러 하던 집이 10만~20만 달러로 치솟았다. 평균 가격대가 3만~5만 달러에 이를 정도다. 지방 도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다. 함흥 샛별거리 아파트는 2만~3만 달러를 호가하고, 새로 짓는 아파트도 1만 달러 선을 넘는다. 북·중 접경도시인 신의주는 1만5000~2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10만 달러는 북한 돈(암달러로 1달러당 8000원) 8억원에 해당한다. 주민 월 평균임금 3000원으로 환산하면 무려 2만2000년의 월급을 꼬박 모아야 하는 돈이다. 일반 주민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천문학적 규모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건 장마당 경제의 힘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시장을 단속하지 않고 묵인하는 입장을 취했다. 김정일 통치 시기 200개 수준이던 장마당은 최근 50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 큰돈을 거머쥐게 된 돈주 세력은 장마당의 유통망뿐 아니라 생산·공급까지 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원자재나 전력 부족 등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멈춰선 공장에 원료를 사주고 물건을 만들게 한 뒤 시장에 팔아 이윤을 챙길 정도로 돈주의 영향이 막강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 내에서 중국산 생필품 유통망과 공장·기업소 원자재의 비공식 공급 루트를 쥐고 있던 화교세력마저 돈주들에게 밀려나는 형국이란 얘기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축 분야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뒷심으로 작용했다. 평양 대동강변의 고층 아파트군 건설과 미래과학자거리 등 뉴타운 형태의 도심개발이 그의 작품이다. 마식령스키장 건설과 평양 순안비행장 리모델링 등에 이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원산 갈마지구에 해안관광 리조트를 건설하라고 지시한 김정은은 5월 건설 현장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 생일인 내년 4월까지 완공을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에서 건설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천년책임, 만년보증의 원칙에서 건설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북한 내부의 동향을 주시해온 건설·건축 관련 단체와 업계는 대북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철도·도로 연결 등 대규모 경협·인프라 사업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4선언에서 합의한 북한 철도·도로·항만 현대화에도 탄력이 붙으면 업계에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건설관리학회와 대한건축학회가 공동 개최한 ‘한반도 국토건설 미래전략’ 세미나에서는 통일에 대비한 건설·건축 분야의 과제와 이행방안이 다뤄졌다. 최상희 LH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주제 발표에서 “북한 당국의 주택 공급기능 축소로 이중적인 주택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입사증(입주권) 거래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주택이 무상분배가 아닌 사적으로 거래되는 재화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배정 형태의 건설사업이 축소되면서 개인이나 시행사를 통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등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병욱 대한건축학회 부설 건축연구소 박사는 “통일 시기 북한의 주거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는 신축 100만 가구 이상, 리모델링 280만 가구 이상의 수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2400만 인구의 북한 주민이 살고 있는 400만 세대 중 절반은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독일 통일 등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변상욱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은 “독일은 통일 이후 15년간 연방예산의 25~30% 수준인 2500조원을 동독지역에 투자했다”면서 “북한 지역 개발 시 중국과 일본·러시아·싱가포르 등과 치열한 경쟁도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실정에 맞는 협력·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병욱 박사는 “건설 현장에 현대식 전동공구를 갖고 간다 해도 북한의 열악한 전력 사정 때문에 정상 가동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와 에너지, 자재·장비 등 건축 수준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인 만큼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처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최상희 박사는 “내부 인테리어 등을 마감 않고 골조만 분양하는 이른바 ‘뼈다귀 아파트’가 일반화하면서 입주민이 중국산 자재로 추가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북한 건설·건축에서의 중국화 편중 문제를 우려했다. 북한 지역에 자재와 장비는 물론 인력이 장기간 체류하며 공사를 벌여야 하는 건설·건축의 특성상 남북 당국 차원의 믿을만한 합의와 실행계획은 물론 대북제재 해제가 필수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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