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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개성공단은 인력 수급과 물류 요충지가 우선”

“제2 개성공단을 조성할 경우 인력 수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개성공단과 달리 물류가 용이한 해안가 지역을 권역별로 나눠 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문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2일 서울 가락동 제이에스티나 본사에서 남북 경협의 미래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기문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2일 서울 가락동 제이에스티나 본사에서 남북 경협의 미래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두 차례(2007~2011년, 2011~2015년) 지낸 김기문(63)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 회장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직함이 또 있다. 바로 제1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2006~2008년)이다. 2002년 개성공단 사업의 첫 삽을 뜰 때 허허벌판 황무지를 분양받아 공장 건축, 인력 채용, 법규 만들기, 임금 결정 등의 과정을 거쳤다. 또 한국 기업을 대표해 북한 측과 협상을 담당했다. 2004년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처음 입주한 이후 업체가 123개로 늘어났고, 북한 근로자 5만4000여명이 일했다. 그러나 2016년 2월 갑작스런 가동 중단으로 2년 반 가까이 당시 진출 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 따라 개성공단 재가동과 새로운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본사에서 김 회장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남북경협은 북한에 대한 단순한 지원 사업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미래 생존 전략이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여 만에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으로 개성공단 재개와 함께 철도·육로 연결 등 남북경협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먼저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해 현장시설 점검과 근로자 재고용, 임금 지급방식 재결정 등 논의할 게 많은 상황이다. 김 회장은 “개성공단에 올인한(생산시설 전부를 두고 경영하던)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굴리며 기다리는 실정이다. 폐쇄는 정부가 결정한 것으로 기업에는 귀책사유가 전혀 없다. 어서 빨리 재가동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개성공단의 경제적 효과는 진출 기업인에게 물어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 진출 기업의 90% 이상이 폐쇄가 풀리면 다시 들어가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남북 경협이 북한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소·중견 기업 대부분이 활용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7년 개성공단에 방문한 국회의원과 연예인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기문 회장(오른쪽에서 둘째). [사진 제이에스티나]

2007년 개성공단에 방문한 국회의원과 연예인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기문 회장(오른쪽에서 둘째). [사진 제이에스티나]

특히 그는 관세와 통관이 없고, 언어 장벽이 없는 것을 개성공단의 장점으로 꼽았다. 대부분의 해외 진출 기업이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에서 언어 장벽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상표를 붙일 수 있는 것도 한국 기업에 이점으로 작용했다. 싱가포르가 바다 건너 인도네시아 빈탄 섬에서, 이스라엘이 국경 넘어 요르단에서 공단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린 셈이다.
 
제이에스티나 역시 개성공단 가동 당시 회사의 주력 상품이던 로만손 시계를 이곳에서 생산했다. 9개의 협력사가 입주해 부품 생산부터 완성품까지 공정마다 철저한 품질 검사를 했다. 시계 생산에는 정밀 제조 공정과 함께 높은 작업 숙련도, 그리고 현장 관리자와 작업자 사이의 소통이 요구된다. 그래서 다른 입주 기업과 여건이 달랐다. 시계를 만드는 것은 섬유·봉제 업체를 운영하는 것보다 엄격한 품질 관리가 필요했다. 북한 근로자의 숙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성실히 일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 기간이 많이 단축됐다고 한다.  
 
제이에스티나는 개성공단에 약 60억원을 투자했고, 근로자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애를 썼지만, 공단 폐쇄로 인해 30억원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보다 높은 수준의 제품이 생산될 정도로 개성 공단에서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개성 근로자들은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에 능숙했는데 여성용 시계에 화려한 보석을 박는 작업(식입)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진척 여부에 따라 대북 경제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면, 개성공단 재개 뿐 아니라 추가적인 ‘제2 개성공단’ 조성도 급물살을 타게 된다. 다만 김 회장은 최근 일각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기되는 파주 혹은 휴전선(DMZ) 지역에 ‘제2 개성공단’을 짓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근로자 이탈 문제와 함께 인근 지역의 북한 인구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의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휴전선 인근 북한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는 근로자 10만명 이상 규모의 공단 조성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입주기업단 대표단과 긴급 회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3년 4월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금지 사태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입주기업 대표단과 긴급 회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단뿐만 아니라 골프장과 같은 위락·스포츠 시설 등이 갖춰진 배후도시의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도로만 잘 뚫리면 북한 주요 도시에 두세 시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권역별로 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김 회장은 “대규모 기숙사 등이 있는 북한 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최소 5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 정도로 남북의 근로자가 같이 일하고 일상적으로 살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기중앙회장 재임 시절 유통법과 상생법의 통과를 주도했고, ‘동반 성장’이라는 화두를 끌어내 중소기업계의 지지를 받았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도 출범시켰다. 중기중앙회가 경제5단체로 자리 잡는데 김 회장의 몫이 컸다는 평가다. 그는 앞으로 중기중앙회가 더욱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근로자-사용자 갈등과 국가 간 무역 전쟁 격화,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등 중소기업을 둘러싼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중기중앙회는 경제주체 간 이견을 중재해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이 ‘공업지구 개발에 관한 합의서’를 맺으며 사업이 시작됐다. 2004년 6월 시범공단이 준공돼 15개 기업이 처음 입주했고, 그해 12월 생산에 들어갔다. 남북 관계가 긴장과 화해를 반복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될 우려가 있고, 당 서기실에 상납됐다며 공단 가동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전면 중단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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