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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마다 결제·취소 반복…비트코인 투자하다 사기방법 터득?

신종 체크카드 사기 주동자 최모씨가 현금 인출을 위해 ATM 이용 중 포착된 사진.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신종 체크카드 사기 주동자 최모씨가 현금 인출을 위해 ATM 이용 중 포착된 사진.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투자를 하던 김모(25)씨는 우연히 해외 사이트 카드결제 패턴을 파악했다. 해외 사이트에서 국내 체크카드 결제시, 결제금액은 오후에 출금되지만 결제를 취소한 경우에는 오전에 돈이 입금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해외에서 결제하는 내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마련한 서비스다. 김씨는 이같은 패턴을 악용해서 돈을 빼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인들을 여기에 끌어들였다. 
 
김씨의 지인 최모(33)씨가 대장 격으로 나섰다.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만 51명으로 모두 최씨 인맥으로 연결될 정도다. 암호화폐 투자와 전산 시스템에 밝은 김씨는 전산 담당을 맡았다. 이들은 수백만원의 금액을 계좌에 넣은 뒤 초 단위로 결제·취소를 반복했다. 주로 자정 이후 새벽 시간대에 작업을 진행했고, 많게는 하루에 293번의 결제·취소가 이뤄진 날도 있었다.  
 
이들이 이용한 해외 사이트는 암호화폐, 선물옵션, 해외주식거래 중개 사이트로, 결제·취소를 반복하면 실제 결제되는 금액은 없지만, ‘결제 수백 건, 취소 수백 건’이라는 정보를 카드사에 제공했다. 카드사는 ‘결제 수백 건, 취소 수백 건’ 정보에 따라 3일 뒤 오전에 취소 금액을 입금했고, 최씨 일당은 입금된 금액을 바로 출금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국내 시중은행 4개사의 체크카드 136개와 계좌 71개를 이용해 34억원을 빼돌렸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결제가 반복되는 계좌에 잔액이 없고, 취소금액만 빠져 나간 정황을 확인한 은행이 경찰에 이들을 신고하면서다. 경찰은 지난 5월 17일 충남 천안의 한 오피스텔에서 주범 최씨를 검거했다. 최씨는 그동안 핸드폰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등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씨는 검거 당시 필로폰에 취한 상태였고, 수사관들의 물음에 순순히 마약을 숨긴 맨홀 구멍을 안내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2000만원 상당의 필로폰 20g이 발견됐고, 최씨는 그동안 편취한 금액을 외제차 2대, 마약구입 등에 사용했다고 자백했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최씨와 김씨, 인출책 이모(27)씨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검거 당시 필로폰을 투약한 최씨와 이후 조사과정에서 마약 투약이 확인된 이씨에게는 마약류관리법·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도 더해졌다. 모집책으로 확동하거나 통장을 빌려주는 등 범행에 관여한 피의자 31명에 대해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컴퓨터사용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직 잡지 못한 17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중이다
 
서울경찰청 외사과 최진기 팀장은 “수사 착수 후에 카드사들도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고,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수사연구원 황석진 외래교수는 “해외 체크카드로 국내에서 허위 매출을 발생시키는 범죄를 ‘카이팅’이라고 하는데, 이번 사건은 ‘역 카이팅’ 사기”라며 “금융기관에서 이상거래 탐지·모니터링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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