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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 감독의 장군 리더십 ‘프랑스 혁명’ 이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의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려 환호하고 있다. 대표팀 23명 중 21명이 이민가정 출신인 프랑스는 인종과 문화를 아우르는 관용의 위력을 보여줬다. [AP=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의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려 환호하고 있다. 대표팀 23명 중 21명이 이민가정 출신인 프랑스는 인종과 문화를 아우르는 관용의 위력을 보여줬다. [AP=연합뉴스]

프랑스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16일(한국시각),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이런 메인 타이틀을 붙였다. ‘영원히 함께(ensemble a jamais)’. 인종·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 20년 만에 세계 축구 정상에 복귀한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축하하는 표현이다. 테러·난민 문제 등으로 특유의 ‘관용’ 문화가 흔들렸던 프랑스는, 젊은 ‘레 블뢰(푸른 군단·프랑스 축구대표팀 별칭)’ 덕분에 축제와 화합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프랑스가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고 우승한 순간, 프랑스 전역 230곳의 야외응원장에 운집한 프랑스 국민은 국가(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합창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특히 전날(현지시각 14일)이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대혁명 기념일이어서 분위기는 더 뜨거웠다. 영국 가디언은 “파리 에펠탑 앞 샹 드 마르스 공원에 9만여 명이 운집했다. 팬들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경적을 울리며 우승을 자축했다”고 전했다.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지켜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골이 터질 때마다 격하게 환호했다. 그는 폭우 속에 진행된 시상식에서 선수 한 명 한 명을 포옹하며 “여러분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줬다”고 치하했다.
 
1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터뜨린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 그는 펠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터뜨린 10대 선수로 기록됐다. [AP=연합뉴스]

1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터뜨린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 그는 펠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터뜨린 10대 선수로 기록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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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이번 우승은 월드컵 첫 우승이었던 1998 프랑스 대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은 지네딘 지단(46), 파트리크 비에이라(42), 티에리 앙리(41) 등 인종과 출신국이 다른 다양한 이민가정 출신 선수로 구성돼 ‘레인보우(rainbow·무지개)’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대표팀도 엔트리 23명 중 21명이 이민가정 출신이다. 특히 15명은 아프리카계인데, 이들은 인종과 출신지를 떠나 하나로 조화를 이뤘다. 결승전에서 골을 터뜨린 앙투안 그리즈만(27·독일계 아버지와 포르투갈계 어머니), 폴 포그바(25·기니 이민자 2세), 킬리안 음바페(19·카메룬계 아버지와 알제리계 어머니)은 모두 이민가정 출신이다. 그리즈만은 “우린 하나로 뭉쳤고, 우리 아이들은 이 영광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터뜨린 뒤 프랑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포옹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터뜨린 뒤 프랑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포옹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는 평균 연령 26.1세로 본선 출전 32개국 중 두 번째로 젊은 팀이었다. 하지만 이 젊은 선수들의 재능은 뛰어났고 이들은 똘똘 뭉칠 줄도 알았다.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공격, 지능적인 수비까지 더한 그리즈만은 20년 전 팀의 구심점이었던 지단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즈만은 결승전에서도 1골·1도움으로 활약했다. 음바페는 1958 스웨덴 대회 때 활약한 펠레(브라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 맛을 본 10대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 4골을 넣은 그는 ‘영 플레이어 상’을 받았다.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27), 라파엘 바란(25), 사뮈엘 움티티(25) 등 2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전력은 빈틈이 없었다.
 
현장에서 관전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골이 터진 순간 벌떡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장에서 관전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골이 터진 순간 벌떡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98 프랑스 대회 때 주장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디디에 데샹(50)은 감독으로 다시 한 번 트로피를 들었다. 무엇보다 그의 뚝심이 빛났다.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춘 그는 ‘장군’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유로2012 직후인 2012년 7월 감독을 맡아 지난 6년간 프랑스 대표팀을 이끌며 세대교체와 전력 업그레이드를 통해 ‘진화된’ 프랑스팀을 만들었다. 기존의 공격적인 팀 색깔에 실리 축구를 가미했고, 때로는 외곬처럼 비쳤지만, 원칙을 고수하면서 팀의 기반을 다졌다. 대표팀에서 기존 주축이던 카림 벤제마, 사미르 나스리 등을 과감하게 제외한 그는 “23명 엔트리를 구성하는 건, 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를 가려내는 게 아니라 이들과 함께 최고 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프랑스는 유로2016 당시 포르투갈에 이어 준우승했는데, 데샹 감독은 월드컵 우승 직후 “그때 실패를 경험했는데, 그 좌절에서 우린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거둔 세 번째 인물로 기록된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디디에 데샹 감독. [AP=연합뉴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거둔 세 번째 인물로 기록된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디디에 데샹 감독. [AP=연합뉴스]

2018년의 새로운 ‘프렌치 레인보우’는 20년 전 선배들보다 당돌했다. 그리즈만은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자신이 좋아하는 비디오게임 포트나이트에 나오는 ‘테이크 더 엘(take the L)’ 댄스를 선보였다. 음바페도 골을 넣고 나선 어린 시절 비디오게임에서 이기면 동생이 했던 ‘팔짱 세리머니’를 펼쳤다. 포그바와 벤자민 멘디(24)는 라커룸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댑(Dab) 댄스를 추기도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댑댄스 세리머니를 펼치는 벤자민 멘디. [사진 벤자민 멘디 인스타그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댑댄스 세리머니를 펼치는 벤자민 멘디. [사진 벤자민 멘디 인스타그램]

1998년에 이어 20년 만에 프랑스를 세계 축구 정상에 올려놓은 프랑스 축구대표팀은 화합의 상징이 되면서 자국민들의 자긍심도 높여줬다. 프랑스 매체 주날 뒤 디망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1%가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국가적 사기를 높였다’고 응답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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