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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벽에 걸고, 특별한 날엔 원피스로 입고…간호섭 교수의 '족자의'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가 자신의 시그니처 아트 작품인 '족자의' 전시를 열었다.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가 자신의 시그니처 아트 작품인 '족자의' 전시를 열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의 ‘족자의(簇子依)’ 전시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메종 바카라 서울에서 열렸다. 족자의는 1999년부터 선보인 간 교수의 대표적인 패션 아트 작품으로 그동안 프랑스 국립장식미술관, 영국 런던예술대학, 중국 북경복장학원, 태국 씨암박물관 등에서 초청전시를 가진 바 있다.  
족자는 그림·글씨 등의 서화를 염색한 종이나 비단을 배접한 뒤 위아래에 나무와 고리를 연결해 벽에 세로로 길게 걸 수 있게 만든 동양 회화 형식 중 하나다. 간 교수는 밀레니엄을 앞둔 99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서예와 패션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족자를 응용한 옷을 처음 생각해냈다고 했다.
걸개그림의 일종인 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족자의'는 평소에는 벽에 걸어두었다가 특별한 날 일자형 원피스로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바카라와 함께 한 것으로 전시장에선 다양한 종류의 크리스털 아트 제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걸개그림의 일종인 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족자의'는 평소에는 벽에 걸어두었다가 특별한 날 일자형 원피스로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바카라와 함께 한 것으로 전시장에선 다양한 종류의 크리스털 아트 제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옷과 서예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 고민하다 우리 집 가훈을 쓴 족자가 눈에 띄었죠. 문방사우(붓·먹·종이·벼루) 외에는 특별한 게 없던 조선 선비들의 청빈한 방을 유일하게 장식했던 게 바로 족자였어요. 네모반듯한 사각 틀이 있는 서양회화와는 달리 둘둘 말아 보관·이동이 편리했던 족자는 지극히 동양적인 문화형식이죠. 우리 옷은 평면 재단인 데다 옛날에는 ‘횟대’라는 가늘고 긴 막대에 걸어 옷을 보관했기 때문에 족자와 옷을 연결해보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탄생한 족자의는 벽에 걸어서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는 일자형 원피스로 입을 수 있도록 소매와 목 부분을 재단해 둔 게 특징이다. 지난해 프랑스 장식미술관 전시에선 또 다른 형식의 족자의를 만들었다.  
바카라의 상징인 샹들리에와 함께 전시된 족자의. 마네킹이 입은 족자의는 프랑스 로코코 양식의 '와토 가운'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길게 늘어뜨린 옷자락 끝에 족자걸이를 붙인 게 특징이다.

바카라의 상징인 샹들리에와 함께 전시된 족자의. 마네킹이 입은 족자의는 프랑스 로코코 양식의 '와토 가운'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길게 늘어뜨린 옷자락 끝에 족자걸이를 붙인 게 특징이다.

“미술관의 천장이 너무 높아서 옷을 걸 수 없고 오직 마네킹만 사용할 수 있었죠.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서양 로코코 양식의 ‘와토 가운’이 떠오르더라고요. 마리 앙투와네트도 즐겨 입었던 가운인데 뒤가 길게 늘어지는 디자인이 특징이죠. 그래서 저도 아예 길게 가운을 늘어뜨리고 그 끝에 나무 봉을 말아서 지지시키는 형태의 또 다른 족자의를 만들게 됐어요. 결론적으로는 동서양 의상의 만남이 이루어진 거죠.”                    
'한국 패션의 세계화'는 간 교수의 오랜 목표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간 교수의 진행으로 뉴욕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가 한복을 모티브로 한 드레스를 선보이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십장생을 표현한 8폭 짜리 족자의와 바카라 샹들리에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전시장.

십장생을 표현한 8폭 짜리 족자의와 바카라 샹들리에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전시장.

이번 전시 역시 ‘동서양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주제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바카라(Baccarat)와 함께 전시를 꾸몄다. 1764년 루이 15세의 지시로 최초 설립된 바카라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프랑스 왕실은 물론 탐미주의 문화인들의 공간과 식탁을 꾸며왔던 크리스털 럭셔리 브랜드다.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의 화려한 샹들리에 컬렉션부터 나폴레옹 3세가 루브르와 튈르리 왕실을 위해 의뢰한 제품들, 인도 왕실과 일본 황실을 위해 제작한 정교한 세공품은 당대 최고의 예술품으로 꼽힌다. 현재도 20명의 공인된 프랑스 최우수 장인(MOU)들과 젊은 제자들이 철저한 도제식으로 모든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간호섭 교수는 “서양의 장인정신이 잘 깃들어 있는 바카라와 선비들이 사랑했던 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족자의는 공통점이 많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서양의 아름다운 만남을 시도해봤다”고 설명했다.
바카라 서울 메종의 지하 전시장에는 십장생·사군자·민화 등을 자수와 그림으로 표현한 족자의와 함께 거대한 샹들리에 등 바카라의 크리스털 제품들이 함께 전시됐다. 전시장 한가운데 긴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간 교수가 수집한 유기와 함께 크리스털 접시·컵 등 바카라 테이블 웨어도 장식했다.
간호섭 교수가 수집한 유기와 바카라 크리스털 테이블 웨어가 어우러진 테이블 세팅. 1먹7000만원 상당의 푸른 크리스털 코끼리 장식은 200년 전 작품을 복원한 것으로 당시 인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간호섭 교수가 수집한 유기와 바카라 크리스털 테이블 웨어가 어우러진 테이블 세팅. 1먹7000만원 상당의 푸른 크리스털 코끼리 장식은 200년 전 작품을 복원한 것으로 당시 인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 중에는 4년 전 바카라 25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제작된 1억7000만원 상당의 크리스털 코끼리 장식도 있었다. 200년 전 유럽 귀족들이 동양 문명을 동경하던 때 만든 것을 복원한 것으로 인도인들이 행운의 색으로 여기는 푸른빛을 크리스털로 재현했다.  
바카라 코리아 강준구 대표는 “‘삶속의 예술’을 철학으로 하는 브랜드인 만큼 한국 라이프 스타일에 자연스레 녹아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간 교수님이 ‘동서양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전시 기획을 제안했을 때 ‘바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바카라는 제품 하나를 만들 때도 오랫동안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다”며 “우리 공예품과 한식·미술 또한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프랑스와 한국 문화가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앞으로도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프랑스 오페라 갤러리 서울관의 구나윤 관장은 “미술에서는 이미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K아트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처럼 K패션 역시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에는 자연주의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의 꽃장식과 백상준 셰프의 한식도 함께 선보였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박성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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