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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옥희 울산시교육감 “양성평등 교육으로 여학생 억압 풀어야”

지난 11일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울산시교육청에서 중앙일보에 앞으로 교육 개선 방향을 말하고 있다. [사진 울산시교육청]

지난 11일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울산시교육청에서 중앙일보에 앞으로 교육 개선 방향을 말하고 있다. [사진 울산시교육청]

“남녀공학인데 운동장을 자연스럽게 남학생이 독점합니다. 출석번호를 남·여 순으로 정하기도 하고요. 교사 역시 여성이 70%인데 승진은 남성 중심입니다. 학교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이 있어요.” 
 

강제 야자 폐지 등 자율성 강조
통제하면 저항, 스스로 배워야
“한 학생도 차별 받지 않는 것,
1%의 우수 학생 배출보다 중요”

교사를 교육개혁 주체로 삼아야
“원탁토론에서 공감 끌어내겠다”
무상급식, 수학여행비 등 지원
대학생의 엄마이자 초등생의 할머니

노옥희(60) 울산시교육감이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양성평등 교육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노 교육감은 “말이라도 바꿔야 한다”며 “학생들이 ‘여자는(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게 교사 교육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양성평등 교육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 없애겠다”
 
울산의 첫 진보 교육감인 그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에 관해서는 “학부모, 학생, 학교 관계자와 협의해 학교 운영성과 평가에서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 폐지 문제는 지난 12일 대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위법하다고 판결해 다시 논란이 됐다. 
 
노 교육감은 또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고 교육과정을 바꿔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자녀와 초등학생 손주를 둔 그는 “서울대 다니는 아들이 취업을 위해 졸업유예 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더라”며 “성적이 대학을, 대학이 직업을, 직업이 삶을 결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초·중등 교육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때부터 강조한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의 뜻은. 
성적 때문에 소외되는 학생이 많다. 이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지원해주면 누구나 일정 단계까지 참여할 수 있다. 경쟁 아닌 협력, 시험 아닌 삶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한다. 국·영·수 외 바느질·요리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면 특기를 발견할 수 있다. 초등학교는 지필 평가를 없애고 한 시간 이상 놀이활동을 해 인성·감성 역량을 키울 생각이다. 1%의 우수한 아이를 길러내는 것보다 한 명의 아이도 차별받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울산 교육의 문제는 신뢰를 잃은 것이다. 지난해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16위였다. 이제 성범죄, 성적 조작, 금품 수수 등의 비리를 저지르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 교육계 전체로 보면 역시 입시 위주 교육이 문제다. 초·중·고교 때마다 고민하고 배워야 할 삶이 있는데 대학 가기 위한 준비만 한다. 교사 역시 성적으로 뽑지 않나. 이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입시 체계를 바꿔야 한다. 학력을 보지 않는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등도 변화의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인데.
손바닥 뒤집듯 할 순 없을 거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얘기했다.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핀란드는 교원 평가가 없어도 교사 책무성이 강하다. 자율 속에서 스스로 통제하는 거다. 현재 한국 교사에게 가르칠 권한이 충분하지 않다. 교육청의 일률적 평가 지침보다 개별 교사의 교재 선택권, 평가권을 강화하면 다양한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다. 이를 위해 교사의 잡무를 없애겠다. 물론 이런 과정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자율을 중시하는 듯하다.
그렇다. 통제하면 저항이 생긴다. 학생들이 함부로 쓸까 봐 화장실에 휴지를 두지 않는 학교가 많다. 계속 제공하면서 스스로 잘 사용하는 법을 교육해야지, 안 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복장 규정, 예산 편성에도 학생들이 의견을 내야 한다. 울산의 모든 중·고교 학생회에 200만원씩 주고 직접 예산 집행을 하게 할 계획이다. 학교 구성원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면 교권, 학생 인권 침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지난10일 울산시의회에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10일 울산시의회에서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간학습 폐지, 방과후학교 자율적 운영을 약속했는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나도 아이를 키우며 일했기 때문에 부모 마음을 안다. 초등학생은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중·고등학생은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은 할 수 있게 하겠다. 방과 후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게 공방 등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다. 
 
현장의 공감을 어떻게 끌어낼 건가.
기존의 원탁토론을 더 활성화하겠다. 교육감·교장 뜻에 반하더라도 원탁토론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교사·학부모·학생 등이 참여하는 원탁토론을 최소 분기별 한 번씩 하고 학교 역시 이런 토론장을 만들도록 하겠다. 
 
노 교육감은 전시성 사업을 정리하고 복지를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2학기 고교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초교 준비물비·수학여행비 지원 등을 추진한다. 또 학생 편의를 위해 내년 책걸상 교체, 화장실 개선 사업을 시작하고 주도적·창의적 학습을 강조하는 혁신학교를 확대할 계획이다. 
노옥희 교육감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울산 현대공고에서 근무했다. 86년 교육민주화선언 참여로 해직된 뒤 전교조 울산지부 1·2대 지부장, 울산시 교육위원 등을 지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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